최인호 부산 사하구갑 당선인이 괴정골목시장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4년 전 부산에서 선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선 의석이 쪼그라들었다. 부산이 다시 보수의 바람에 휩싸인 원인을 두고 근거없는 낙관론에 기댄 선거전략이 원인이라는 분석과 함께, 민주당이 장악한 부산시와 구군, 의원들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치러진 21대 총선 개표 결과를 보면, 부산의 지역구 18석 가운데 미래통합당이 15석을 가져갔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통합당의 뿌리정당인 새누리당 후보 12명이 당선됐던 것에 견주면 이번에 3석 더 늘었다.
반면 민주당 현역 의원 6명 가운데 3명만 살아남았다. 4년 전 5명이 당선된 데 이어 2년 전 해운대구을 보궐선거에서 윤준호 의원이 또 당선되면서 민주당이 부산 지역구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3석을 빼앗긴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현역 의원 3명의 패배가 너무나 뼈아프다. 4선에 성공하면 차기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려던 김영춘(부산진구갑) 의원은 통합당의 서병수 전 부산시장한테 3.5%포인트 차이로 졌다. 김해영(연제구) 의원은 이주환 통합당 후보한테 3.2%포인트 밀렸다.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사법시험에 합격한 흙수저 인생이라는 이력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윤준호 의원은 김미애 통합당 후보한테 6.9%포인트나 뒤지며 재선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현역 의원 세 명도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세 명 모두 개표과정에서 통합당 후보와 개표 막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다가 겨우 이겼다. 최인호(사하구갑) 의원은 김척수 후보한테 0.9%포인트, 박재호(남구을) 의원은 이언주 의원한테 1.8%포인트, 전재수(북구강서구갑) 의원은 박민식 전 의원한테 2%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부산은 8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민주당의 뿌리정당인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과 4년 전 통합당으로 옮긴 조경태 의원 등 2명이 당선됐다. 이번 총선 결과는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올린 득표율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당시 문 대통령의 부산 득표율은 38%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32%에 견줘 불과 6%포인트 더 많았다. 탄핵 뒤 치러진 대선이어서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고 문 대통령이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후보의 격차가 적었다.
1년 뒤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사상 처음으로 광역·기초단체장에 무더기 당선되고 부산시의회·기초의회까지 장악하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영향이 일시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의 패배를 두고 내부에서 20대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하지 않겠냐는 낙관론이 패인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이 보수정당의 텃밭인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 총선 주자들이 밑바닥 다지기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부산시와 구·군,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인 부산시의회와 구·군의회가 경험 부족에 주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매끄럽게 펼치지 못한 것도 현역 의원들의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 부산시당 당직자들과 당원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2년 뒤에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다음 총선에서도 부산에서 연속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류가 흐른다.
최인호 당선자는 “민주당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크게 이겼다고는 하지만 부산엔 정부 견제라는 쓰나미가 닥쳤다. (부산에서 민주당이 다시 약진하려면) 우리가 모자랐던 것을 찾아내서 고치고 정부의 부족한 점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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