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4일 오후 경북 예천군 호명면에서 행정복지센터 직원 등이 거리에서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예천군 제공
경북 북부지역의 오지로 꼽히는 경북 예천군에서 나흘새 주민 14명이 코로나19에 잇따라 감염돼 지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첫 감염원과 경로 등을 파악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경북도와 예천군 설명을 종합하면, 예천에서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모두 14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9일 확진자 5명 가운데 4명은 한 가족이다. 이날 이 가족 가운데 아내(49), 남편(48)씨, 아들(19), 남편의 모친(76), 그리고 이들의 접촉자인 50살 여성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10일에 3명, 11일에 3명, 12일에 3명 등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예천에는 지난 2월2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46일 동안 확진자가 6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주에 한 명 꼴로 띄엄띄엄 확진자가 나왔던 셈이다. 이후 지난달 7일부터 지난 8일까지 33일 동안은 확진자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가족을 시작으로 나흘새 14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예천의 누적 확진자는 순식간에 20명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이번 확산의 첫 감염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이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한 예천의 8번째 확진자에 대한 이동경로. 예천군 누리집
확진자 가운데 주민들과 접촉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선거운동원도 포함돼 있어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제21대 총선 안동·예천 선거구에는 이삼걸(64)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형동(45) 미래통합당 후보, 박인우(58) 우리공화당 후보, 신효주(53)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 권오을(63) 무소속 후보, 권택기(54) 무소속 후보 등 6명이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무소속 권 후보의 선거운동원인 20살 남성이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선거운동원과 같은 선거 유세 차량을 탔던 선거운동원들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모조리 자가격리됐다.
특히 일부에서 예천군의 공개한 확진자 이동경로에 대해 은폐 의혹을 제기해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어 “지난 9일 예천에서 8번째로 확진된 사람은 통합당 김형동 후보의 선거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인물인데 지난 1~8일 그의 이동경로가 너무 단순하게 조사돼 있어 축소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예천군이 공개한 최씨의 이동경로는 하루를 빼고는 모두 일찍 귀가한 것으로 돼있다.
이에 대해 통합당 김 후보 쪽은 “8번째 확진자인 최씨는 우리 선거운동원이 아니며 선거운동을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확진자 이동경로는 진술을 바탕으로 카드 사용내역이나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이용해 조사한다. 역학조사이기 때문에 숨길 수도 없고 숨길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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