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아파트 화재 현장. 울산소방본부 제공
부모가 생업을 위해 집을 비운 사이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제가 집을 보다가 불이나 형제가 함께 숨지는 사고가 났다.
8일 새벽 4시6분께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안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ㄱ(9·초3)군이 불에 타 숨지고, 밖에 나갔다 돌아온 형 ㄴ(17·고2)군도 동생을 구하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현관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가 동생 ㄴ군을 안방에서 거실 베란다 앞까지 끌어냈으나 불길 때문에 현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다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 형제의 부모는 영업 준비 때문에 당시 집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형제의 부모가 생업 때문에 전날부터 집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형제가 종일 집에서 지내다보니 형이 동생을 돌보다시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형제가 ㄴ군의 친구와 함께 집에 있다가 동생 ㄱ군이 먼저 잠들고 난 뒤 새벽에 ㄴ군과 친구가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고 냄새를 없애려고 베란다 창을 열고 촛불을 켜놓은 채 음료수를 사려고 편의점에 간 사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동한 소방대는 30여분 만인 새벽 4시38분께 불을 껐다. 이 불로 아파트 주민 8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100여명이 한동안 대피했다.
1997년 5월 준공된 이 아파트는 15층짜리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규정엔 16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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