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코로나19 주 감염원이 지역사회에서 국외 입국자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공항 발열감시카메라와 검역소를 무사 통과하는 코로나19 확진자들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해열제를 먹고 귀국하는 사례까지 확인돼,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산시 역학조사팀 말을 종합하면, 이날까지 발생한 부산의 확진환자 119명 가운데 입국자는 17명이다. 이 중 6명이 입국 전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났지만 국내외 공항 발열감시카메라와 검역소를 무사 통과했다.

부산 102번째 확진환자(23·여)는 지난 1월 2일부터 스페인 여행을 하던 중 지난달 13일 인후통과 기침이 시작됐고, 지난달 17일 바르셀로나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공항을 거쳐 낮 12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국내선 항공기로 갈아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김해공항검역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인천공항에서 검사를 받은 뒤 집으로 이동해 가족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109번째 확진환자(23·남)는 지난달 21일 유학 중인 영국 런던 기숙사에서 두통 증상이 시작됐다. 지난달 23일 런던에서 출발해 도하공항을 거쳐 지난달 24일 오후 4시40분 인천공항에 도착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이용해 지난달 25일 새벽 4시20분 집에 도착한 뒤 양성 판정을 통보받아 저녁 8시 부산의료원에 입원했다. 아버지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외국 공항에서 해열제를 먹고 출발하는 사례도 나왔다. 1월29일부터 미국 캔자스주에서 유학 중이던 부산 110번째 확진환자(18·남)는 지난달 23일 기숙사에 열이 나고 근육통이 시작됐고, 시카고공항을 거쳐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지난달 25일 오후 4시4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검역소를 무사 통과한 뒤 아버지가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지난달 26일 새벽 1시 부산에 도착한 뒤 같은 날 동래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역학조사에서 “지난달 23일부터 해열제 20여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

공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할 때 발열감시카메라 또는 체온계 측정에서 37.5℃ 이상이면 검역당국이 이동을 제지하지만, 무증상이거나 37.5℃ 이하이면 그냥 통과한다. 이에 검역당국이 승객들에게 질문지를 주고 증상이 있는지 등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승객이 적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증상이 있는데도 이를 밝히지 않고 탑승하면 같은 비행기에 장시간 함께 있었던 승객들의 감염이 우려된다. 앞·뒤 세줄 이내와 옆자리 승객들은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고, 마중 나온 가족들도 위험에 노출되긴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의도적 무사통과’에 대해서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1일부터 입국자 모두가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1명이라도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인천공항 주변에 시설을 만들거나 빌려서 입국자 모두를 2주 동안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에서 첫번째 자가격리 위반자가 적발됐다. 부산 북구의 53살 여성은 지난달 26일 경남 양산시 이마트에서 양산 세번째 확진환자(30·남)와 접촉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9일까지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오후 2시께 자가격리 앱을 깔지 않은 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점검반에 적발됐다. 부산 북구는 6일 이 여성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자가격리 위반은 최대 형량이 벌금 300만원이었지만, 5일부터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이 시행됨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무거워졌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