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가 오는 대면 강의와 온라인 강의와 병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공지문. 한동대 학사정보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독교계 사립대학인 한동대가 학생 380여명을 기숙사에 입주시키고 오는 9일부터 대면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재학생의 90%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신앙교육 등을 하는 한동대 특성상 교회처럼 대학도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포항 한동대는 지난 24일 학사정보 누리집인 ‘히즈넷’에 오는 6일부터 대면 강의를 온라인 강의와 병행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한동대 관계자는 “원하는 학생에 한해 대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학 쪽은 지난 2월부터 학생들을 교내 기숙사에 입주시켰다. ‘영성훈련’ 등 신앙교육을 하는 한동대는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교육을 받도록 하는 ‘교내 기숙형 대학’(레지던스 칼리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 수용인원은 3700여명으로 이 학교 전체 재학생은 4천여명이다. 한동대 관계자는 “지난 29일 기준으로 기숙사에 입주한 학생은 외국학생과 선교사 자녀 등 380명”이라며 “이들 밖에도 학생 500여명이 기숙사에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동대의 조처에 대해 집단감염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감염내과)는 “감염확률을 낮추기 위해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기숙사에 학생들을 수용해 집단생활을 하도록 하고, 대면 강의까지 진행하는 것은 학생들 간의 접촉점이 많아져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동대 교수는 “대면 강의를 병행하라는 대학 방침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어긋난다”며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보다는 대면 강의를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그만큼 감염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한동대 관계자는 “학내에는 병원도 있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 사이에 1m 정도의 거리를 두려고 한다”며 “식당 좌석도 마주 보고 앉지 못하도록 바꿨다. 학생들 모임도 당분간 중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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