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지난해 7월16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경북도 감염병관리지원단 사무실 개소식을 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6곳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감염병관리지원단(지원단)을 아예 만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단을 운영 중인 지역에서도 10명 미만의 상근 직원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쓰고 있어, 지원단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겨레> 취재 결과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충북 등 6개 광역지방정부는 감염병관리사업 지원기구를 만들지 않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는 시·도지사가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감염병관리사업 지원기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한 이듬해인 2010년에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광역지방정부 가운데 서울시가 2013년 1월 처음으로 감염병관리지원단을 만들었고, 다른 시도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하나둘씩 지원단을 만들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각각 2017년 11월과 지난해 7월 지원단을 만들어 이번에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영길 경북도 보건정책과장은 “경북도는 지난해 감염병관리지원단을 만들었는데 공교롭게 올해 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 전문인력이 있는 지원단에서 자료 수집과 분석, 역학조사 지원, 홍보 등의 역할을 해줘서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원단이 설치돼 있지 않던 시도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뒤늦게 지원단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5월, 세종시와 충북도는 6월, 광주시와 강원도는 7월 잇따라 지원단을 만들 계획이다. 울산시도 올 하반기에 지원단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원단은 평상시에는 전염병 예방과 관리, 교육, 홍보 등의 업무를 하고, 이번 코로나19 확산처럼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와 자료 수집, 분석 등을 맡는다. 하지만 직원 6~9명 수준으로 비교적 소규모인데다,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직원 대부분이 계약직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원단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경북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실 교수)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대구시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문제점을 일부 지적했다. 그는 “집에도 못 가고 고생하는 지원단 직원 9명은 전부 계약직인데, 고용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또 지원단은 민간인 신분이라 역학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명령을 할 수 없고 대구시의 역학조사관이 (대신) 해줘야 한다”며 “지원단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을 해왔지만 너무 많은 환자들 속에서 여력이 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향후 지원단 운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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