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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명 확진자 발생한 부산 온천교회 0번은 누구일까?

등록 2020-03-26 21:26수정 2020-03-26 21:39

우한교민 아들 의심했지만 아버지 감염된 적 없고
신천지 시설 다녀온 10여명 찾았지만 증거 부족해
최초 의심증상자 찾아냈지만 최초 전파자 못 찾아
부산 동래구 온천교회 방역팀이 방역하고 있다. 온천교회 누리집
부산 동래구 온천교회 방역팀이 방역하고 있다. 온천교회 누리집
부산시가 2차 감염자를 포함해 41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부산 동래구 온천교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처음 전파한 이른바 0번째 확진환자를 찾지 못했다. 한 달 이상 역학조사를 하고도 최초 전파자 찾기에 실패한 것이다.

부산시는 26일 온천교회 코로나19 집단발생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역학조사 분석은 부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건강정책과·동래구보건소·공공보건의료지원단 단장·부단장·과장 등 11명이 했다.

분석자료는 동래구 직원 70명과 동래구보건소 직원 5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온천교회 확진환자 34명을 포함한 온천교회 교인 11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자료, 온천교회 확진환자 34명과 2차 외부 감염자 7명 등 41명의 휴대전화위치추적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조회 자료 등이다.

보고서를 보면 확진환자 41명 가운데 첫번째 확진환자는 지난달 21일 발생했다. 부산 첫번째 확진환자인 19살 남성이다. 이후 지난 7일까지 온천교회에서 33명의 확진환자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온천교회 확진환자 교인 3명과 접촉한 외부인 7명이 2차 감염됐다.

애초 첫번째 확진환자가 최초 전파자로 의심됐다. 이 확진환자의 아버지가 중국 우한시 교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확진환자의 아버지가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해서 지난달 1~16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생활을 마치고 출소할 때까지 벌인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아들의 확진판정 뒤 대변검사까지 했는데도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부산시가 기대를 걸었던 것은 휴대전화위치추적이었다. 분석 결과 온천교회 관련 확진환자 41명 가운데 10여명이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신천지 시설 근처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환자들의 증상발생일 또는 입원일 기준으로 30일 이전까지 이동경로를 분석했더니 장전동 신천지 시설 근처를 방문한 10여명은 매번 1시간30분~3시간씩 머물렀다. 매주 2차례 이상 4주 동안 정기적으로 방문한 사람도 있었고 대구를 방문한 확진환자도 있었다.

부산시는 26일 “온천교회 교인 10여명이 신천지와 관련성이 있다고 의심은 되지만 단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장전동 신천지 시설 근처에 갔던 온천교회 교인 10여명이 신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주변시설을 방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휴대전화위치추적의 오차범위가 평균 500m이고 10여명 모두 신천지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신천지 부산 안드레·야고파지파도 26일 “부산 곳곳에 신천지 시설이 70여개가 있다. 이날까지 부산에서 발생한 확진자 109명의 휴대전화위치를 추적해 보면 신천지 인근 시설에 안 겹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휴대전화위치추적 결과만으로 온천교회 감염과 신천지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다”고 주장했다.

온천교회 확진자 관계도. 온천교회 15·36·57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외부인 7명이 감염됐다.
온천교회 확진자 관계도. 온천교회 15·36·57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외부인 7명이 감염됐다.
또 부산시는 온천교회 소속 확진환자 34명 가운데 코로나19 의심증상이 가장 빨리 나타난 교인을 찾았다. 이 교인은 지난달 6일 콧물 등의 의심증상이 나타났다. 애초 역학조사에선 지난달 23일 의심증상이 나타났다고 진술했지만 지난달 6일부터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계속 약을 먹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교인은 금정구 신천지 시설 근처도 다녀왔다.

앞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온천교회 교인 34명 가운데 의심증상이 가장 빨랐던 사람은 경남 15번째 확진환자(26·여)였다. 역학조사에서 그는 지난달 16일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술했다. 또 부산 첫번째이자 온천교회 첫번째 확진환자(19·남)의 의심증상은 지난달 19일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역학조사반은 부산 첫번째 확진환자가 경남 15번째 확진환자한테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시는 첫번째 의심증상 발현자를 찾았지만 이 사람이 어디서 감염됐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지난달 6일 처음 증상이 나타났다면 코로나19의 잠복기(1~14일)를 고려할 때 1월말~지난달초 누군가로부터 감염됐다고 볼 수 있는데 감염원을 찾지 못했다. 0번째 확진환자를 밝혀내지 못하자 부산시의 역학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휴대전화위치추적 결과와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규명하고 싶지만 역학조사관의 범위를 넘어선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나 온천교회가 첫번째 감염자의 존재를 밝혀내야 한다는 뜻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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