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58·미래통합당) 대구시장이 26일 대구시의회에서 이진련(45·더불어민주당) 대구시의원의 항의를 듣다가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권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3회 임시회 제
2차 본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시의회는 대구시가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 예산 6599억원)을 심사했다. 권 시장은 1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예산안 처리를 지켜봤다. 이후 예산안이 통과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시의원이 권 시장을 따라가며 긴급생계자금 지급 문제를 놓고 항의했다. 계속 항의를 듣던 권 시장은 본회의장을 나간 직후 갑자기 쓰러졌다. 권 시장은 이후 119구급차에 실려 경북대병원에 이송됐다. 권 시장은 전날 오전 10시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 시의원의 비판을 듣다가 중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권 시장은 26일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자신이 전날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중간에 나간 것에 대해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권 시장은 “제가 제정신이 아닐 때가 많다. 몸도 한계 상황에 와있다. 34~35일째 사무실에서 야전침대 생활을 하고 있고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다.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긴급생계자금 2927억원 등 코로나19 지원 예산 6599억원을 긴급 추가경정 예산안으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권 시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긴급생계자금 지원은 다음 달 6일부터 신청을 받아 선거 이후인 16일부터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긴급생계자금 지급 시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권 시장은 지난 24일 “긴급생계자금 현장수령은 다음 달 16일부터, 우편수령은 다음 달 10일부터 지급하겠다. 행정복지센터의 선거사무가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감안했고 선불카드를 발급받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오전 9시 대구의 민주당 광역·기초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자치연구회 파랑새‘는 대구시청 앞에 모여 “긴급생계자금을 총선 다음 날 지급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깔린 판단이다. 긴급생계자금 지급을 3월 말부터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날 이 시의원은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권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이 의원은 권 시장에게 “총리와 대통령께서 모든 걸 지원한다는 것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다음 날 돈이 없어서 검염관을 두지 못하겠다는 류의 시장님의 첫 브리핑 때도, 신천지 관련 유사단체를 찾아내서 정리하자는 말에 답이 없을 때도, 신천지 관련 늑장 대처도 물론 코호트 격리건이 바로 알려지지 않고 늑장 보고 늑장 대응할 때도, 밥 해먹을 여건이 안되는 안타까운 장애인들에게 즉석밥이 아니고 생쌀과 미역이 나갔을 때도 조용히 조율만 하는 역할을 했다”며 운을 뗐다.
이 의원은 이어 “시장님께서 생계지원을 긴급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라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대구시민들의 삶의 생존권을 아주 정치적 계산법으로 무시하고 짓밟는 언행을 내뱉었다.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사무 업무를 핑계로 총선 이후에 긴급재난자금을 지급한다고 하셨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하루하루 피 말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들 우리 서민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으신 거다. 긴급재난지원자금 현금으로 즉각 지급할 수 있는 고민도 해주시기 바란다 4월 중순 넘기실 생각 하시면 안 된다. 총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시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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