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 출입문이 굳게 잠겨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사흘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75명이나 나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8일 낮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흰 마스크를 착용한 경찰관 2명이 출입문을 지켰다. 출입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출입을 금지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병원 외벽에는 ‘호스피스 병동운영(말기환자), 재활치료, 노인성질환, 치매, 당뇨, 고혈압, 말기암 환자, 뇌졸증’이라는 주요 진료 병명이 나열돼 있었다. 요양병원 앞 행인은 거의 없었고 주변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입원환자와 종사자 75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최근 추가 확진자가 줄며 한숨 돌렸던 대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요양병원 집단 감염 발생으로 또다시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16일, 간호과장이 첫 확진 판정을 받자 대구시는 이튿날인 17일 이 병원 입원환자 117명과 종사자 71명 등 188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검사일인 17일 종사자 17명이, 다음날인 18일 새벽 입원환자 57명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는 이들을 다른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생활치료센터로 입소시켰다.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이렇게 많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은 병원 쪽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었다. 대구시가 이 병원 입원환자들과 종사자들을 상대로 1차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10일 전후해 병원 안에 의심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다수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병원 쪽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난 간호부장이 뒤늦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가 확진 판정이 났다. 김종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요양원 환자들을 치료 또는 간호한 거로 알고 있는데 특성상 상당 부분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른 입원환자나 종사자들의 추가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 출입문이 굳게 잠겨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사흘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75명이나 나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번 한사랑요양병원 사례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해당된다. 앞서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지난 4~17일 입소자와 종사자 60명이 집단 감염된 사례가 있다. 또 경북 경산 서린요양원과 제일실버타운에서도 각각 24명과 17명의 확진자가 나온 적이 있다. 한사랑요양병원은 경북 청도대남병원 집단 감염(119명)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병원이다.
18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 출입문이 굳게 잠겨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사흘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75명이나 나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권영진 대구시장은 “역학조사 결과 의심 증상이 며칠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들이 스스로 출근을 하지 않고 검사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늘 증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말고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라고 했는데 이 부분을 지키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신천지 교인 1만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마친 대구시는 지난 13일부터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대상 시설은 모두 397곳, 대상 인원은 3만3628명에 이른다. 대구시는 18일 “이들 시설의 약 30%를 조사했는데 지난 17일부터 지금까지 한사랑요양병원(74명), 배성병원(7명), 수성요양병원(4명), 진명실버홈(1명), 시지노인전문병원(1명) 등 5곳에서 모두 8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