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 문중원 기수의 노제가 잠정 중단됐다. 부산경찰청 제공
한국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고 문중원 기수의 노제가 잠정 중단됐다.
9일 ‘한국마사회 적폐권력 청산 문중원 열사 노동사회장 장례위원회’의 말을 들어보면, 장례위원회는 이날 아침 7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문 기수의 발인식을 치른 뒤 고인의 직장이었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에서 노제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사회는 이날 합의문 공증을 거부했고, 노제는 중단됐다.
이는 한국마사회가 적폐 청산 관련 합의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합의문 공증을 하지 않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낮 12시께 합의서 관련 공증 절차를 진행하려고 부산경마공원 본부장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합의 당시 입장문에서 ‘대책위를 마사회 적폐청산위원회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문제 삼았다. 또 앞으로 투쟁하지 않겠다는 평화 선언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마사회는 지난 6일 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 시민대책위는 합의 뒤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조직을 전환하고, 사회공헌사업이나 도박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매출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온라인 경마와 화상경마장 확대를 시도하는 한국마사회의 불법부패 구조를 바꿔 제대로 된 공공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제에 참석한 시민단체와 노조 등은 노제를 중단하고 부산경마공원 본관에 들어가 마사회에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경마공원 관계자는 “공증 관련 부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마사회 쪽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 기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따른 승부조작, 마사회의 조교사 허가 과정의 비리 등이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1월29일 부산경마공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 기수의 유족은 정부서울청사 근처에 고인의 관을 모셔두고 장례를 미룬 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마사회에 요구해왔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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