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부산의 대학가와 전통시장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돕기 위해 임대료를 잇달아 인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임대료를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건물주인도 나왔다.

8일 부산 대학가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의 4년제 대학 15곳 가운데 6곳이 학내 시설을 임대해서 영업중인 점포의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학이 3주나 연기되면서 사실상 영업활동이 중단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 조처다.

고신대는 교내 입주 복지 매장의 3월 임대료 전액을 감면한다. 교내 복사실을 운영하는 윤경진 사장은 “신학기 복사실 운영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학교가 함께 어려움을 분담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제대는 교내 입주 복지 매장의 3월 임대료 전액을 감면하기로 했다. 배성윤 학생취업처장은 “우리 대학의 일원이자 지역사회 구성원인 교내 입점 업체 점주분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라대는 26개 상가의 3월 임대료를 75% 인하했고 경성대는 3월부터 임대료의 50%를 감면한다. 경성대에서 임대매장을 운영하는 김경철씨는 “코로나19 사태로 개강도 연기되어 힘들어진 상황에서 임대료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가톨릭대는 식당과 편의점 위탁업체의 연간 임대료 14%를, 주차장 위탁관리 업체의 연간 임대료 8%를 감면했다. 동의대는 서점·안경점·미용실 등 교내 입점 매장 50곳의 3~4월 임대료를 20% 감면하기로 했다.

부산의 전통시장들도 일부 점포이긴 하지만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1913년 개장한 부산 동구 부산진시장과 1969년 개장한 남문시장은 각각 60개, 70개 점포의 임대료를 평당 10~15% 인하했다. 1969년 개장한 부산진구 평화시장은 60개 점포의 임대료를 평균 20% 인하했다.

월세를 받지 않는 착한 임대주도 나왔다.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시장 근처의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의 소유주인 신아무개(75)씨는 건물 1층에서 운영 중인 264㎡(80평) 규모 식당의 2월치 월세 430만원을 면제했다. 또 신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임대인한테 통 큰 약속을 했다. 식당을 임대한 장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져서 낙담했다. 월세 인하도 아니고 당분간 월세를 아예 면제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