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부산시교육청이 증상 발현 며칠 전부터 확진자 동선을 조사해 즉각 공개하고 확진 판정나면 행정기관보다 더 빨리 방역 조치 뒤 자율격리에 나서는 등 질병관리본부의 기준을 넘어서는 엄격한 코로나19 대처로 호평을 받고 있다.

5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24시간 전부터 이동경로를 조사해 밀착 접촉자한테 자가격리를 통보한다. 자가격리자는 2주 동안 외출을 하면 안 되고 이를 어기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부산시 기준의 문제점은 확진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날짜를 착각했을 때다. 자가격리 기간을 2주로 잡은 것은 코로나19의 잠복기가 14일인 것을 고려한 것인데 증상 발현일 하루 전부터 이동경로를 조사해서 공개하면 그보다 앞선 날은 확진자가 누구와 접촉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또 부산시는 증상 발현일로부터 24시간 이후까지 조사해서 밀착 접촉자가 나와도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는다. 잠복기가 긴 확진자는 일정 기간 빈틈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교육청이 도입한 것이 자율격리다. 자율격리는 자가격리와 달리 법적 효력이 없지만 학생과 교직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 자가격리와 동일한 방법으로 2주 동안 외출을 금지하고 담당 직원이 하루 2차례 전화를 걸어 증상을 체크한다. 자가격리대상에서 빠진 확진자가 자신이 감염된 줄도 모르고 마구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자가격리 대상이 아닌 접촉자가 또 다른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촘촘히 그물망을 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대처방법에 따라 자가격리 대상자는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부산진구 양정동의 영어학원 원장에게 감염된 고교생 2명이 원장과 접촉한 다음날 수학학원 2곳에 갔는데 부산시는 증상 발현일보다 여러 날 앞섰다는 이유로 수학학원 수강생들을 자가격리 시키지 않았다. 반면 부산시교육청은 두 수학학원의 수강생 전원(288명)을 자율격리 조처했다.

또 부산시는 영어학원 자가격리 대상자를 수강생 13명과 강사 6명, 학부모 1명 등 20명을 지정했지만 부산시교육청은 학원을 그만둔 6명을 포함한 수강생 111명 전원을 자율격리 조처했다. 또 부산시는 여고생이 원장에게 1대1 수업을 받고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학교에서 접촉한 같은반 친구와 교사 등 44명을 자가격리 대상에 넣지 않았지만 부산시교육청은 모두 자율격리 조처했다. 부산시교육청의 조처로 300명 이상이 자율격리를 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20명만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자율격리 조처에 따라주는 학생과 교직원을 배려하는 손길도 내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마스크 15장과 손 소독제와 함께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조금만 더 인내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자율격리자 생활수칙을 넣은 꾸러미를 택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한발 앞선 이동경로 파악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시는 양성 판정이 나고 하루 뒤에 이동동선을 공개한다. 역학조사관들이 1차 조사를 한 뒤 회의를 열어서 신중히 결정하는 절차를 밟기 때문에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동경로 공개가 늦어지면 확진자가 방문했던 장소에 불특정 다수가 노출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교육청은 학생과 교직원이 확진자로 판정 나면 발 빠르게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이동경로를 파악해서 확진자가 방문한 학교는 즉시 폐쇄하고 접촉한 학생과 교직원은 전원 자율격리 조처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증상 발현 24시간 전부터 이동경로를 조사하는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이 학생 안전을 위해 이동경로를 폭넓게 조사해서 자율격리를 유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도한 자가격리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편을 가중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전파력이 세기 때문에 초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퍼진다.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