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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있던 신천지 교인 엄마는 밤에 조용히 불을 켰다

등록 2020-02-27 17:19수정 2020-02-27 17:25

사흘 동안 아들과 집에 틀어박혀 있던 신천지 교인
이틀 만에 경찰에게 문 열어…결국 코로나19 확진
병상 부족으로 다시 집에 돌아가 아들과 머물러
지난 23일 오전 11시33분 대구 중구 대구제일교회 출입문에 신천지 교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지난 23일 오전 11시33분 대구 중구 대구제일교회 출입문에 신천지 교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어둠이 깔리자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이를 본 안재운 대구 수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다른 수사관들과 함께 1층 집의 출입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불이 켜진 집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안 팀장은 이 건물 3층에 사는 건물 주인을 불렀다. “○○ 엄마.“ 주인이 이렇게 부르자 1층에 사는 ㅂ(47)씨가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 집 안에는 ㅂ씨의 초등학생 아들도 같이 있었다. 지난 24일 밤 대구 수성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ㅂ씨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니는 교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23일 대구지방경찰청에 소재 확인 요청을 한 신천지 교인 242명 가운데 1명이다. ㅂ씨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수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 4명이 달라붙었다. 바로 소재 파악을 시작한 첫날 안 팀장을 포함한 수사관들은 ㅂ씨에게 아무리 전화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ㅂ씨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10일 전부터 연락이 안 돼요.” ㅂ씨의 부모에게도 연락했지만 이런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안 팀장 등 수사관들은 조용히 동네 탐문을 시작했다. “4일 전에 마지막으로 봤어요.” 근처에 사는 가게 주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안 팀장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틀째 되던 날 밤 결국 ㅂ씨의 집 안에 조용히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ㅂ씨는 4일 전 마트에서 먹을 것 등을 사서 아들과 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모습을 드러낸 ㅂ씨는 안 팀장에게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고 둘러댔다.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다녀왔어요?” 안 팀장이 물었다. “예.” 안 팀장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혹시 몸에 증상은 없어요?” 안 팀장이 물었다. “감기 증상이 좀….” ㅂ씨는 이날 자정께 119구급차에 실려 수성보건소로 옮겨졌다. 결국 ㅂ씨는 25일 밤 9시께 코로나19 검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ㅂ씨의 아들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ㅂ씨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27일 오후 지금까지 아들과 함께 집에 머물고 있다. 대구의 확진환자가 너무 늘어나 이들을 즉시 수용할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ㅂ씨를 보는 안 팀장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아들과는 꼭 다른 방을 쓰셔야 해요.” 안 팀장은 ㅂ씨에게 신신당부했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않다.

27일 오전 9시 기준 대구의 코로나19 확진환자는 모두 1017명. 하지만 이 가운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자택 등에 격리돼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이날 새벽 신천지 교인인 74살 남성이 호흡곤란 증세로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에 숨졌다. 그는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병실이 부족해 자택에 머물러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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