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코로나19 감염증이 전국을 휩쓸면서 마스크 착용 등 기본을 지킨 사람과 지키지 않은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7일까지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온천교회에선 27일까지 28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부산의 첫 확진자(19·남)도 지난 16일과 19일 이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당시 한 교인은 첫 확진자와 2m 거리에 있었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고, 다른 한 교인은 가장 먼 거리에 있었지만 지난 22일 부산 10번째 확진자로 판정됐다. 첫 확진자와 가까이 있었던 교인은 마스크를 썼지만, 10번째 확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부산 10번째 확진자의 직장 동료 등 14명이 자가격리됐고, 그가 다녀간 부산역 앞 식당 등은 일시 폐쇄됐다.
부산시교육청도 마스크 덕분에 폐쇄를 면했다. 부산 3번째 확진자(20·여)는 확진 판정을 받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오후 1시30분 검정고시 지원서류를 들고 부산시교육청 고객지원실(민원실)을 방문했다. 이때 직원 3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10차례나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이날 오후 3시 수영구 한서병원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았는데 다음날 양성 판정이 나왔다. 교육청 직원 2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다른 직원 1명은 검사를 받지 않고 자가격리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건물이 폐쇄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산시가 지난 25일 발표한 부산의 39~50번째 확진자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확진자 12명 가운데 9명은 자가격리 상태에서 보건소나 병원의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외출을 했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은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켰을 것이다.
반대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대기해야 하는데 선별진료소에 들른 뒤 식당 등 다중밀집시설을 다닌 사례가 적지 않다. 부산의 첫번째 확진자인 19살 남성은 오전 9시10분~10시45분 부산 대동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동래메가마트를 들렀다가 귀가했다. 그는 저녁 6시5분~8시30분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보건소 구급차에 태워져 부산의료원에 이송됐다.
역학조사관은 확진자의 이동 경로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확진자와 접촉 빈도와 거리 등을 고려해 자가격리 대상자를 선별하고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2주 동안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하지만 자가격리 중 외출한 사례도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대구의 72살 여성은 21일 대구 서부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22일 남편과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강원도 춘천터미널로 가서, 전철을 타고 두 딸이 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도록 통제해야 할 이유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 장산초등학교는 부산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지난 21일 졸업식을 강당에서 하지 않고, 오전 9시50분부터 각 교실에서 방송을 활용해 열었다. 학부모들은 오전 10시20분~11시 운동장 출입만 허용했다. 일부 학부모가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항의했지만 학교장은 안전을 위해 원칙을 지켰다. 사흘 뒤 부산시가 발표한 확진자 명단에 졸업식에 참석했던 학부모 1명이 포함돼 있었다. 부산 25번째 확진자다. 만약 학부모 항의에 굴복해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거나 학부모의 교실 입장을 허용했다면 어린 학생들이 무더기로 감염됐을 수도 있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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