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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대구·경북…첫 확진 8일 만에 확진자 1000명

등록 2020-02-26 17:38수정 2020-02-26 18:07

’대구를 살려내라‘ 도심 인적 끊기고 펼침막만
서문시장·도심 지하상가, 가게 잇따라 문 닫아
3월2일→9일→16일 개강 다시 연기한 대학도
경북 23개 시군 중 확진자 18개 시군에 확산
코로나19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대구를 살려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대구를 살려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지난 주말 저희 예식장에 예정됐던 결혼식은 22건이었는데 죄다 연기돼서 4건 밖에 치러지지 않았어요.”

대구에서 ㅋ예식장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26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3개 홀이 있는 이 예식장에서는 보통 주말 15~20건의 결혼식이 치러졌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이 거의 사라졌다. “다음달 예정된 결혼식은 이미 거의 다 연기되거나 취소됐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보는지 4월 결혼식도 미루겠다는 문의가 들어와요. 지금 대구 경제가 정지된 상태예요. 심각해요.”

대구 ㄴ예식장 쪽도 “결혼식 80~90%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이날 1000명을 넘어서며 도시는 이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인 61살 여성(환자번호 31번)이 첫 확진을 받은 지 8일 만이다.

’대구를 살려내라‘. 이날 낮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는 이런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버스정류장에는 마스크를 쓴 중년 여성 1명만 애타게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주변에 동성로가 있어 한창 사람들로 붐빌 시간이었지만 길을 가는 사람은 1분에 1명 꼴이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주변 2·28기념중앙공원(면적 1만4354㎡)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면적 4만2509㎡)는 텅 비어 있었다.

시민 장기형(39)씨는 “대구에서 첫 환진환자가 나온 지난 18일부터 지금까지 밖에서 저녁을 먹거나 술을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집에 아이 2명이 있는데 늘 불안해서 퇴근하면 바로 집에 돌아온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는데다가 맘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온갖 ‘카더라 통신’이 나돌아 더 혼란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이 텅 비어있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이 텅 비어있다.
조선시대 중기에 형성된 전국 3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대구 중구 서문시장은 지난 25일부터 4000여개 점포가 모두 휴점을 시작했다. 서문시장이 이렇게 길게 휴점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과 연결된 동성로 근처 지하상가인 대현프리몰 대구점(점포 231개)은 이날부터 휴점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며 이제 대구는 문을 닫은 식당보다 문을 연 식당을 찾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개강이 다가오며 지역 대학들도 초긴장 상태다. 대구·경북에 7개 캠퍼스를 운영하는 한국폴리텍6대학은 개강을 다음달 2일에서 9일로 연기했다가 또다시 16일로 미뤘다. 한국폴리텍6대학 교직원들은 26일 오후부터 필수 인력을 빼고 자택근무를 시작했다. 이권희 한국폴리텍6대학 학장은 “개강을 하면 학생들이 강의실, 식당, 기숙사에 함께 모여 생활을 할 건데 이를 어떻게 하야할지 막막하다. 오늘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이 넘었다는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을 못 하니 걱정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대구·경북의 확진환자는 26일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대구와 경북의 확진환자가 각각 710명과 317명 등 모두 1027명이라고 밝혔다. 전국 확진환자(1261명)의 81.4%가 대구·경북에서만 나온 것이다. 특히 이날 대구에서는 코로나19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73살 남성이 사망(12번째)하고,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비서까지 확진 판정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시청 별관을 폐쇄하고 소독을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발표보다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확진환자가 더 많다.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발표를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숫자를 말씀드리지 못함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도심 집회를 금지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확진환자가 1000명을 넘어선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도심 집회를 금지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코로나19는 대구 뿐만이 아니라 경북의 시골지역까지 점점 번지고 있다. 경북에는 10개 시와 13개 군이 있는데, 이미 10개 시에는 모두 확진환자가 발생해 난리가 난 상태다. 13개 군 중에서도 군위, 의성, 영덕, 청송, 청도, 칠곡, 예천, 성주 등 8개 군에서 이미 확진환자가 나왔다. 청정지역인 청송에서도 25일 진보면에서 확진환자 1명이 처음으로 발생하자 인접안 영양군은 진보방면으로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를 전면 중단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곳곳에서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조리사와 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2000여명이 가입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북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교육현장에서 여러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전면적 휴교조치를 실시하고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교실에 마스크 등을 신속히 공급하라”고 요청했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감염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직접 관리하라고 요구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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