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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싸인 대구…모든 성당 미사 취소, 문닫은 점포가 더 많아

등록 2020-02-23 20:34수정 2020-02-24 02:30

지난 18일 대구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첫 주말
동성로, 서문시장, 도심공원, 백화점, 동대구역 ‘텅텅’
예식장에는 결혼식 연기 문의, 성당·교회도 문 닫아
23일 오전 11시23분 대구 중구 계산대성당 입구에 코로나19 전염 예방을 위해 신자들의 성당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대구의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11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설정 이후 10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3일 오전 11시23분 대구 중구 계산대성당 입구에 코로나19 전염 예방을 위해 신자들의 성당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대구의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11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설정 이후 10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이고, 코로나 때문에 미사도 안 드리나 보네….”

23일 오전 대구 중구 계산대성당 주일미사에 참석하려고 온 한 중년 남성이 이렇게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굳게 잠긴 성당 출입문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원래라면 한창 주일미사가 진행되고 있을 시간이지만 성당 주변에는 정적만 흘렀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지난 19일 교구 안의 모든 성당에 “일단 다음달 5일까지 미사를 드리지 말라”는 긴급 지침을 내렸다. 대구의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11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설정 이후 10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대구시는 주말을 맞았지만 교회 예배나 각종 모임이 모두 취소되고 인적마저 끊겨 도시가 멈춰버린 듯 기이한 적막감마저 들게 했다.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경계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우리 교회는 신천지 관련자 및 신천지 추수꾼(이단)의 출입을 금합니다.’ 계산대성당 건너편 대구제일교회도 굳게 잠긴 출입문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는 그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심한 전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한 펼침막이 대구제일교회 신자들 명의로 걸려 있었다.

23일 오후 2시3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서문시장은 매월 첫번째, 세번째 일요일이 휴무일인데 이날은 네번째 일요일이라 원래 장사를 하는 날이다.
23일 오후 2시3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서문시장은 매월 첫번째, 세번째 일요일이 휴무일인데 이날은 네번째 일요일이라 원래 장사를 하는 날이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예식장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다녀가 폐쇄됐다 지난 20일 정상 영업을 시작한 대구 동구 퀸벨호텔도 하객들이 크게 줄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박아무개(26)씨는 “축의금 부탁을 받은 게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예식장에 다녀왔는데 하객들이 정말 적었다”고 전했다.

대구시내 예식장에는 지난주부터 결혼식 연기나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아무개(30)씨는 “남자친구와 다음달 대구에서 결혼식을 하려고 예식장을 잡아놨는데 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에 일단 6월로 결혼식을 연기했다. 대구에서 5월에 결혼하려고 했던 친구도 지금 결혼식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2시23분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광장이 텅 비어있다.
23일 오후 2시23분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광장이 텅 비어있다.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수십만명에 이르는 대구 중구 동성로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23일 오후 동성로 일대 가게는 태반이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여놓고 문을 닫았다. 주말이면 인파로 들끓던 거리엔 한두명이 지나갈 뿐이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뒤쪽 중구 종로와 남성로 일대는 문을 닫은 가게보다 문을 연 가게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4천여개 점포가 있어 전국 3대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도 23일 거의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

종로 일대에서 가장 큰 술집을 운영하는 김시연(52)씨는 “코로나로 손님이 조금씩 줄다가 대구에서 확진자가 생기고 나서는 종로 일대가 유령도시처럼 변해 아예 손님이 사라졌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나흘째 가게 문을 닫았고 내일 다시 가게 영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모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1시2분 대구 달서구에 있는 유원시설 이월드 들머리에 휴장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23일 오후 1시2분 대구 달서구에 있는 유원시설 이월드 들머리에 휴장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다녀가 임시휴점을 했던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동아백화점 쇼핑점도 23일부터 영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고객의 발길은 끊겼다. 이날 점심시간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중간에는 90여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의자가 있었지만 손님은 단 2명뿐이었다. 동아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중간에도 150여개의 의자를 채우고 있는 손님은 10여명뿐이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유원시설인 이월드도 21일부터 28일까지 휴장에 들어갔다. 대구시립중앙도서관 등 대구의 시립도서관 9곳도 20일부터 모두 휴관해 며칠째 텅 비어 있었다. 동대구역과 대구역, 대구국제공항 등 대구로 드나드는 주요 관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근처에서 만난 김옥자(81)씨는 “어제 온종일 집에 있다가 답답해서 오늘 운동하러 나왔다. 옛날에는 공원에서 비슷한 또래 주민 만나면 옆에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놀다가 들어갔는데 이제는 전염될까 봐 서로 피해 간다. 아까 앞에서 운동하던 남성이 기침하며 침을 뱉어서 엄청 놀랐고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마스크 안에 손수건을 덧댔고, 모자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대구/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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