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군청 외벽에 대구 군 공항과 민간 공항 유치에 찬성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대구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경북 의성 또는 군위로 이전하기 위한 주민투표에 의성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를 발의한 날부터 주민투표 전날까지 공무원의 투표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의성군선거관리위원회가 공항 이전 찬반 대표단체 신청을 받았는데, 20개 단체가 서로 반대운동 대표단체가 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찬성운동 대표단체 신청서를 낸 단체는 1곳밖에 되지 않았다. 주민투표관리규칙에는 선관위가 주민투표 찬반 대표단체를 하나씩 지정하도록 돼 있다. 만일 여러 단체가 대표단체 신청을 하면 협의나 추첨을 해야 한다. 찬반 대표단체로 지정되면 투표와 개표에 참관인을 보낼 수 있고 공보에 찬반 의견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 대표단체 신청을 한 20개 단체 대부분은 그동안 공항 이전에 찬성했거나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은 곳이어서 그 배경에 의혹이 인다. 이들 가운데 처음부터 공항 이전에 반대해온 단체는 의성군농민회 등 5곳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 대표단체 신청을 한 고추생산자연합회와 의성군쌀전업농연합회는 공항 이전 찬성 펼침막을 걸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성군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반대 대표단체 신청을 한 일부 단체를 수상히 여긴 선관위가 이들 단체의 대표자와 면담을 한 결과, 9개 단체가 대표단체 신청을 철회하거나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 남은 11개 단체가 추첨에 참여해 푸른의성21이 반대 대표단체로 뽑혔다.
의성군 지원을 받는 단체 다수가 공항 반대 대표단체 신청을 하면서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선 공항을 유치하려고 하는 군이 ‘들러리 반대단체’를 세우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신광진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원회 대표자는 “평소 공항 이전에 찬성했던 단체들이 반대 대표단체 신청을 무더기로 해 정작 반대했던 단체가 밀려났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수 의성군수는 “나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항 이전 찬성 입장이었지만 반대 대표단체 신청을 한 단체 대표자 박아무개씨는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주민들이 공항 소음 피해를 많이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대구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경북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 이전 후보지는 군위 우보면(단독)과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공동) 2곳이다. 의성군과 군위군은 지난 23일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공항 이전부지는 주민투표에서 투표 참여율과 찬성률이 높은 곳으로 결정된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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