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에 대한 수사가 지난해 지방선거 개입을 위한 청와대 첩보에 따른 ‘하명수사’라는 의혹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울산 지역에선 2014년부터 이미 건설업자 김아무개씨의 진정과 투서 등으로 김 전 시장 동생 등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소문이 수사당국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송병기 울산부시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관련 제보를 한 2017년 10월에 이미 울산경찰은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시장의 처이종사촌 김아무개씨와 전 건설업체 대표 이아무개씨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 첩보와 무관하게 지역에선 김 전 시장을 둘러싼 소문이 돌았고, 의혹 관련 수사가 실제 이뤄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업자인 김아무개씨가 아파트 사업권 관련한 비리 혐의로 김 전 시장의 동생을 울산경찰청에 고발한 것은 2018년 1월이었다. 그러나 앞선 2014년부터 김씨는 경찰과 시청 등지에 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한 각종 비위 의혹을 제기하는 진정·투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에 김 전 시장 동생도 연관됐던 것으로 파악돼 지역 수사당국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실제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검경이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내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본청을 통해 받은 청와대 첩보에는 김 전 시장 비서실장 건과 함께 동생 건도 들어 있었었지만 동생 건에 대한 본격 수사는 고발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송 부시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관련 비리 의혹을 제보하던 시점인 2017년 10월에 경찰은 이미 김 전 시장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울산경찰청은 2017년 10월부터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시장의 처이종사촌 김아무개씨와 전 건설업체 대표 이아무개씨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김씨가 2014년 김 전 시장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때 건설업체 대표 이아무개씨를 만나 김 전 시장의 힘을 등에 업고 건설 현장의 민원 해결 등 사업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그 업체의 직원이 돼 월급으로 다달이 몇백만원씩 받은 혐의를 찾아냈다. 또 건설업체 대표 이씨가 김씨를 통해 민원을 해결하는 대가로 회사 직원과 가족 등 명의로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김 전 시장 후원계좌로 몇천만원의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도 드러났다.
여기에는 김 전 시장의 5급 비서관 김아무개씨가 당시 관련 책임자도 아니면서 정치후원금 회계 업무를 맡은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알선수재 혐의로 김 전 시장의 처이종사촌 김씨에 대해 지난해 2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5월에 부산 해운대 친척 집에 잠적해 있던 그를 체포해 구속했다. 김씨는 이후 검찰에 의해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지난 3월 만기출소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선 김씨와 함께 비서관 김씨, 건설업체 대표 이씨, 이른바 쪼개기 후원자 3명 등 모두 6명이 지난 2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은 청와대 첩보와는 무관한 건설업체 대표 이씨의 진정에 의한 인지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기현 전 시장은 당시 “이씨가 공사대금 관련해 도급회사에 압력을 넣어 달라는 청탁을 전해온 적은 있지만 거절했다. 위법 사실이 있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혀 자신은 무관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2017년 8월 황운하 청장 부임 이후 토착 비리와 부정부패 척결 차원에서 여러 갈래로 이뤄져온 것이지 하명수사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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