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의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 수사에 들어갔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일 “비리 의혹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기수 문아무개(40)씨 사건에 대해, 노조와 한국마사회의 수사 의뢰를 수사팀에 배당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숨진 문씨는 불공정한 과정 때문에 조교사 자격증을 따고도 마사회로부터 말을 훈련하고 관리하는 공간인 마방을 빌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등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29일 부산경마공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마사회·마주·조교사가 기수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다단계 부조리와 갑질이 불러온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애초 마사회는 경주마 육성을 하고, 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1992년 조교사·마필관리사·기수가 연루된 대규모 부정경마 사건이 발생하자, 마사회는 경주마 육성을 개별 마주에게 맡기고, 마주가 마사회에 신청해 경주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조교사는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가 됐다. 마필관리사도 조교사가 개별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수는 개인사업자로서, 조교사와 계약을 맺어 경주에 참여하게 됐다.
문씨는 유서에서 계약의 ‘갑’ 위치에 있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가 싫어 2015년 마사회의 조교사 면허를 땄다고 했다. 이후 그는 4년 동안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빌리지 못했다. 조교사는 마방이 없으면 개업하지 못하고, 실업자와 다름없다.
마방 임대는 마사회의 종합평가로 결정된다. 평가는 정량(80점)·정성(20점)으로 나뉜다. 정량평가는 마주한테서 경주마 24마리 이상 관리위탁 의향서를 받으면 만점이다. 결국 사업계획 등 정성평가에 따라 마방 임대 여부가 판가름난다.
양정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마사회가 외부위원을 위촉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의심된다. 사실상 마사회가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것이 문씨가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유서에 쓴 이유”라고 짚었다. 부산경마공원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적극적으로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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