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죄 없는 소년들이 섬에 갇혔다. 누나를 만나려고 서울로 가서 집을 찾다가 경찰관에서 연행된 뒤 섬으로 향했다. 이유 없이 기한 없이 이들은 붙잡혀 섬에 갇혔다. 선감학원 사건이다.
선감학원은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있던 소년 수용소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부랑아 단속과 수용을 위해 설립됐고, 1982년 10월 폐쇄됐다. 부랑아동을 수용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납치와 감금이 이뤄졌다. 잡혀간 소년들은 염전, 농사, 축산 등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노동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을 당했다. 강제노역을 마친 뒤 수용된 소년들은 꽁보리밥과 반찬 한 가지만 먹을 수 있었다. 배를 채우기 위해 소년들은 들풀, 곤충, 뱀 등을 먹어야 했다. 노예처럼 부려지다 쓸모가 없으면 다른 시설이나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숨졌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환씨는 피해생존자 구술기록집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에서 “전날만 해도 함께 도주를 계획했던 우리인데, 오늘의 우리는 죽일 듯이 서로의 뺨을 휘갈기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에서 이 사건을 국가폭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국가기관으로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과 공무원에 의한 부랑아 수집과 단속, 시설 입소 등은 국가 범죄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9월 ‘선감학원 피해 사건 진상규명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인권위 부산인권사무소는 13일까지 부산도시철도 3호선 물만골역 지하 1층 부산인권전시관에서 선감학원 사건 기록 사진전 ‘소년, 섬에 갇히다’를 열고 있다. 선감학원 진상규명을 위한 피해자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물 등이 전시되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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