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열차 탈선 사고가 난 경북 봉화군 봉성면 외삼리 영동선에서 3일 아침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이 선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제공
한반도를 관통한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전국에서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태풍이 쏟아부은 ‘물폭탄’에 주택 침수와 시설 파손 등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관련기사 13면
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밤 10시30분 기준 이번 태풍에 따른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 실종 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에서만 6명이 숨지는 등 이 지역에 인명 피해가 집중됐다. 지난 2일 저녁 8시30분께 성주군 대가면에서 수로 정비 작업을 하던 김아무개(76)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3일 새벽에는 포항시 북구 기북면과 영덕군 축산면에서 각각 주택이 무너져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새벽 1시21분께에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이아무개(72)씨가 하천 물살에 휩쓸려 숨졌다. 이날 아침 9시6분께에는 울진군 울진읍에서 산사태가 주택을 덮쳐 60대 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부산과 강원 지역에서도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서는 이날 오전 9시5분께 산사태가 일어나, 일가족이 있던 집과 식당 건물을 덮쳤다. 이 사고로 권아무개(75)씨와 그의 아내 성아무개(70)씨, 아들 권아무개(48)씨, 식당 주인 배아무개(68)씨 등 모두 4명이 매몰됐다. 이들 가운데 권씨와 배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이날 밤 9시20분 현재 1천여명의 인력 등을 동원해 성씨와 아들 권씨를 찾고 있다.
이날 새벽 1시1분께 강원 삼척시 오분동에서는 주택지 비탈이 무너져 김아무개(77)씨가 숨졌다. 낮 12시12분께는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의 한 송어양식장 인근에서 중국 동포인 직원 ㄱ(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중대본은 이날 밤 10시30분 기준 강원, 경남, 제주 등에서 모두 446가구 7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북, 강원, 경남 등에서는 주민 1546명이 산사태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또한 경북, 부산, 울산, 경남, 강원, 대구, 제주 등에서는 4만8673가구가 정전돼 전력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제주, 전남, 경남 등에서 농작물 1만1064㏊, 시설물 5㏊, 농경지 7㏊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미탁은 제13호 태풍 ‘링링’과 제17호 태풍 ‘타파’보다 약했지만, 앞서 두 태풍이 영향을 준 상황에서 한반도를 관통한 탓에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태풍은 이날 오후 소멸했지만 가을 태풍이 또다시 한반도를 지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평양에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아직 조짐이 뚜렷하지는 않다”며 “태풍이 발생하더라도 한반도 방향으로 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10월에는 평균 3.6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한국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0.1개 정도였다. 이번 태풍은 9월28일 발생했기 때문에 9월 태풍으로 분류된다.
김일우 이정규 박수혁 신동명 안관옥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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