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염포부두 석유화학운반선 화재 현장 울산시 제공
28일 오전 11시51분께 울산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석유화학운반선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18시간30여분 만인 29일 새벽 5시25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이날 불은 2만5881t 케이먼 제도 선적 석유화학운반선 '스톨트 그론랜드'호에서 탱크 폭발로 처음 일어나 바로 옆에 있던 6583t 싱가포르 선적 석유화학운반선 ‘바우 달리안’호로 옮겨붙으며 커졌다. 화염이 근처 울산대교 주탑(203m)보다 높이 치솟고 시꺼먼 매연이 교량 상판을 온통 휩싸기도 했다.
두 배에 타고 있던 외국인 선원 46명은 모두 해경과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또 구조된 외국인 선원 3명과 내국인 하역노동자 8명이 다치고, 진화와 구조활동을 하던 소방관 2명과 해양경찰관 5명도 다쳐 치료를 받았다. 구조작업을 하다 연기를 많이 마셔 병원에 입원한 울산해경 구조대원 박철수(32) 경장은 “갑판에 모여있던 선원들을 구조하고 배 안에 선원들이 더 남아있을지 몰라 다시 선실을 수색하면서 매연을 많이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하역노동자들은 바우 달리안호에서 스톨트 그론랜드호로부터 석유화학 제품 환적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하다가 스톨트 그론랜드호로부터 불꽃과 연기가 번지면서 다쳤다. 스톨트 그론랜드호는 지난 24일 일본 고베항을 출항해 26일 울산항에 들어온 뒤 당시 바우 달리안호에 일부 제품을 환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배 안에는 전체 탱크 39기 중 28기에 14종의 석유화학제품이 2만7117t 실려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과 소방당국은 두 배가 환적 준비작업을 하던 중 스톨트 그론랜드호의 9번 탱크에서 폭발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국과수 등과 합동감식과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가리기로 했다.
배의 불은 꺼졌지만 선체에 열기가 남아 있고 화학물질 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합동감식 등 원인 조사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해경은 진화작업이 끝난 뒤 바로 스톨트 그론랜드호 주변에 오일펜스 600m를 이중으로 설치해 오염물질 방제작업부터 나섰다. 울산시는 28일 밤 11시30분부터 29일 오후 2시30분까지 울산대교의 차량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안전진단을 벌였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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