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8일 오전 울산시의회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경동도시가스 여성 안전점검원 3명을 강제진압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성폭력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울산시의회 6층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던 울산 경동도시가스 여성 안전점검원 3명이 16시간여 만에 모두 경찰에 강제진압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18일 오전 10시께 울산시의회 6층 옥상 엘리베이터 기계실 위에서 농성하던 여성 노동자 3명을 10여분 만에 강제진압한 뒤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는 모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분회 조합원들로 전날 오후 6시30분께부터 “가스 안전점검원 성폭력 피해를 인정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은 농성 진압에 앞서 건물 주변에 안전매트를 설치하고 구급차와 경찰병력 8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이 농성 노동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조합원 수십명이 막아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퇴거불응 등 혐의로 농성 노동자들을 조사하고, 전날 이들이 기계실 위로 올라갈 수 있게 시의회 건물 화장실 천장을 파손한 혐의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6명도 조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는 이날 농성자들이 연행된 울산 남부경찰서 앞과 울산시청 앞에서 잇따라 항의집회를 벌였다.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분회는 지난 5월20일부터 울산시청 본관 앞에서 가스 안전점검원의 성폭력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는 “그동안 가스 안전점검원이 방문 점검을 나갈 때 종종 거주자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신체적 접촉을 당하는 등 각종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2인1조 점검 체계와 점검 건수 할당제 폐지 등 대책을 요구해 왔다. 노조는 “121일 동안 울산시청에서 성폭력 안전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추석이 지나도록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경동도시가스 쪽과 수차례 협의를 이어왔지만 성폭력 피해를 확실히 인정하지도 않고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아 고공에 올랐다”고 했다.
경동도시가스 회사 쪽은 “2인1조 근무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고 모든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해 업무체계를 재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안전점검원에게 성범죄자와 특별관리세대 고지, 특별관리세대 전담 남자 점검원 추가 채용 등을 제안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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