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18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1가 5-2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에 붉은색 라커칠이 돼 있다. 독자 제공
보수단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생가터 표지판의 재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주민에게 라커칠을 당한 뒤 철거됐다.
27일 대구 중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5월 말과 이달 중순 보수단체 회원이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다시 설치해달라며 중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같은 기간 구청에는 표지판 재설치를 요구하는 전화 10여통도 이어졌다. 대구 중부경찰서에는 ‘행동하는 대구우파연합’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중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보수단체 회원은 지난 5월 말 1인 시위에서 “중구청에서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 재설치를 허락해달라. 예산이 없다면 우리 애국동지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서 표지판 재설치하겠다. 우리가 재설치하면 좌파들의 표지판 훼손을 막아달라.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여기에 100명~1000명이 올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중구에서는 난감해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가로 70㎝·새로 240㎝)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2월25일 주민들이 대구 중구 삼덕동1가 5-2에 세웠다. 하지만 2016년 11월18일 주민 백아무개(53)씨가 술을 먹고 홧김에 표지판에 붉은색 라커칠을 했다. 중구는 다음날 라커칠 된 표지판을 발견해 철거했다.
중구 관계자는 “표지판을 다시 세우려면 예산을 편성하고 땅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표지판이 다시 훼손될 우려도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