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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주아파트 참사 사전대처 미흡” 인정

등록 2019-06-13 12:41수정 2019-06-13 19:36

경남경찰청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 발표
“주민신고 8건 중 4건을 안일하게 대처”
숨진 고3 여고생 신변보호 요청도 거부
‘진주 아파트 참사’ 관련 경남경찰청 진상조사팀이 13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유감을 표시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진주 아파트 참사’ 관련 경남경찰청 진상조사팀이 13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유감을 표시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월17일 새벽 사망 5명 등 23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아파트 참사’가 일어나기 몇달 전부터 피의자 안아무개(42)씨에게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구체적 범행증거까지 제시하며 경찰에 신변보호 등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하는 안일한 대처로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접 관련된 경찰관 11명을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진주 아파트 참사’ 관련 경남경찰청 진상조사팀은 13일 “경찰 조처에 대한 적정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주민신고 8건 중 4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경찰의 미흡한 조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들은 지난해 9월26일부터 지난 3월13일까지 모두 8차례 피의자 안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2월28일 안씨의 윗집 주민(55·여)이 “아랫집 사람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며 위협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윗집 주민은 안씨의 격리 조처를 경찰에 요구했으나, 경찰은 단순히 이웃 간 불화로 판단해 화해를 권유했고 주민탄원서가 필요하다고 잘못된 설명을 했다. 윗집 주민은 4월17일 새벽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당했고, 같이 살던 고3 조카딸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10일 밤 10시20분께 사람들에게 망치를 휘두르며 욕을 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다음날 안씨 형이 진주경찰서를 찾아가 석방되는 안씨를 인수하며, 담당 경찰에게 안씨의 과거 정신병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 안씨 형은 4월4일과 5일 이틀 연속해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동생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킬 방법 등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사건을 이미 검찰에 넘겼으니, 검찰에 문의하라”며 안씨 형의 요청을 무시했다.

3월12일 저녁 6시께 안씨는 귀가하는 윗집 고3 여학생을 쫓아갔으나, 여학생이 집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자, 안씨는 윗집 대문의 초인종을 계속 누르며 욕을 했다. 안씨는 이날 저녁 7시35분께 오물을 가져와 윗집 대문에 부었다. 두 장면은 윗집에서 설치한 폐회로텔레비전에 모두 찍혔다. 그러나 이날 저녁 8시46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두번째 장면만 확인하고, 안씨가 여학생을 쫓아오는 앞장면은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증거확보를 위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촬영하면서도, 앞장면은 찍지 않았다.

윗집 주민은 다음날 경찰에 또다시 신고하고 “안씨와 만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안씨를 찾아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만 주고 돌아갔다.

관할 파출소의 또다른 경찰은 안씨와 관련된 4건의 신고를 모아서 3월13일 보고서를 작성해, 범죄첩보 분석시스템에 입력하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달았다. 그러나 진주경찰서 범죄첩보 처리담당자는 “이미 형사과에 계류중인 사건이라 담당 경찰관이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판단해, 상관인 과장에게 보고만 하고 ‘참고 처리’로 끝냈다. 이 때문에 이 내용은 경찰 내부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이날 윗집 주민의 딸은 진주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가 수사민원상담관과 상담하며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영상을 보여주고, 안씨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고3 여고생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사민원상담관은 “안타깝지만 신변보호 요건이 되지 않는다. 아파트 경비실이나 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답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사실이 진상조사 결과 드러남에 따라, 진상조사팀은 직접 관련된 경찰관 11명을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 합동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위원회는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감찰조사 의뢰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김정완 진상조사팀장(경남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은 “경찰 조처에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는 경찰 대응만으로 모두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정신질환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사전치료가 우선돼야 하며,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범죄는 정신응급 상황에서 관련 기관들의 역할 분담을 통해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인 조현병 환자인 안씨는 지난 4월17일 새벽 4시25분께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긴급대피하던 같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8명이 상처를 입었다. 안씨는 현재 공주치료감호소에 수감된 상태로 정신질환 감정을 받고 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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