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동물을 누락했다는 지적을 받은 경북 영양 풍력발전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거짓·부실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8일 정부 당국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환경부는 이달 말 에이더블유피(AWP)영양풍력발전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전문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거짓 또는 부실로 나오면 사업자 고발 및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에이더블유피영양풍력발전단지는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일대 17만3356㎡ 면적에 4.2㎿ 용량의 풍력발전기 14기를 세워 발전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앞서 환경부는 2017년 생태계 단절,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 자연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했지만, 2022년 새로 제출된 평가서는 ‘협의’ 의견을 달아 동의했다. 당시 환경부는 평가서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이 발견됐다고 밝힌 발전기 1기만 사업 구역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2021년부터 설치해둔 관찰 카메라에는 사업 예정지 21곳에서 산양이 잇따라 촬영됐다. 실제로 사업 예정지 일대는 백두대간 낙동정맥(백두대간에서 분기하여 낙동강 분수계를 이루는 산줄기)으로, 국내 최남단 산양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주민 대표, 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에이더블유피영양풍력 공동조사단’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현장 조사 등을 벌인 결과 “박쥐, 식생, 산양 등 3개 동식물 분야에 거짓·부실 문제를 판단해야 할 지점이 있음을 확인하고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조사단은 사업자 쪽이 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산양 발견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동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산양 관찰 카메라는 산양 출현 가능성이 낮은 평지, 산등성이, 구릉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산양은 주로 바위 절벽 지대에 서식한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산양 조사 전문가라면 산양이 주로 어디 서식하는지 잘 알고 있었을 텐데,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카메라 위치를 선정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 쪽이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멸종위기종 1급인 붉은박쥐, 작은관코박쥐 등 박쥐류 14종도 발견됐다. 조사단은 “(사업주 쪽은) 맨눈으로 박쥐류를 조사한 뒤 박쥐류가 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박쥐류 조사에 심각한 오류가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중 무분별한 풍력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주민들이 지켜본 환경부는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느낀다. 상식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 사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공동조사단에 참여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는 공정하게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년간 숙고 끝에 나온 공동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동조사단은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은주 의원이 에이더블유피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자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산양 서식 여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환경부 장관이 재조사하겠다고 답변하면서 꾸려졌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