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치매 예방 과정에 랩 활용
“아직 나는 청춘이다. 나는 백살 끄떡없네∼“
지난 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 래퍼로 변신한 송석준(95) 할아버지가 우렁찬 목소리로 랩을 불렀다. 옆에 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비트에 몸을 맡기고 춤을 췄다. 송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결성한 혼성 래퍼 그룹 ‘우리는 청춘이다’(사진)의 리더다. ‘우리는 청춘이다’는 할머니 10명과 할아버지 3명으로 구성된 13인조 그룹으로,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88살이다.
경북 칠곡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랩을 활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칠곡군은 4일 “지난 11월부터 랩을 배운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정규 교육 과정에 랩을 채택하게 됐다. 센터를 이용 중인 모든 어르신은 일주일에 두 차례 랩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곳 어르신들이 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센터를 방문해 랩 공연을 선보인 8인조 그룹 ‘수니와 칠공주’ 덕분이다. ‘수니와 칠공주’는 칠곡군에서 성인문해교육으로 한글을 깨우친 평균 연령 85살 할머니 래퍼들이 모인 그룹이다. 이들의 공연을 본 어르신들이 “우리도 배우고 싶다”고 하자, 센터 쪽은 전문가 조언을 구해 랩을 통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장복순 섬김주간힐링보호센터장은 ”어르신들이 랩을 배우면서 몸과 마음이 젊어진 것 같다며 계속 랩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어르신들이 쉽게 배우고 따라 할 수 있는 랩 곡을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원 경북대 교수(신경과)는 “반복되는 노래 가사를 외우고 가볍게 춤을 추면서 말을 하듯 노래하는 것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랩을 배우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노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사진 칠곡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