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의 고교 동기이자 지난해 대구미술관에 홍 시장 초상화를 걸어 논란이 일었던 노중기(70) 작가가 대구미술관장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역에서 임명 취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지역 미술인들은 지난 2일부터 ‘대구미술관 관장 선임에 대한 미술인 항의 성명’에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노중기 화가가 대구미술관장으로 임명된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는 단체장이 자신과 친분을 내세워 저지른 예술계에 대한 만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관장 인사는 문화예술계의 전문성을 거부하고, 오랫동안 미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쌓은 실력과 경험을 완전히 무시한 사태”라며 “지역 미술을 잘 아는 관장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예술계가 정치권의 놀이터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미술인들은 또 “홍 시장과 고교 동기·동창이자 초상화를 그려주는 ‘단체장 바라기’가 관장이 되는 사태는 완전히 비정상적 행정으로 공식적으로 감사받아 마땅하다. 대구시는 구체적인 심사 과정 공개를 공개하고, 유착 관계 검증과 감사를 상위 기관에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술인들은 관장 선임 보류나 취소, 대구시민에 대한 홍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일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홍 시장과 학연이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인물이 후보 공모에 참여한 것도 몰염치하고, 비록 절차를 거쳐 추천되었다고 하더라도 시민의 눈초리를 살핀다면 임명을 거부해야 마땅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한 홍 시장도 철면피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대구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중기 관장의 선임은 용납할 수 없다. 이는 대구미술계의 수치로 지역의 망신이자 미술계의 퇴행”이라며 “대구시의회에 이번 인사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4일 성명을 내어 “홍준표 시장은 취임사에서 ‘오랫동안 대구를 지배했던 수구적 연고주의와 타성을 벗어나야 한다’고 밝히며, 연신 기득권 카르텔 타파를 외쳤지만 본인은 기득권 카르텔을 양산하는 장본인으로서 시민을 기만하고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노중기 작가를 대구미술관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노 작가는 홍 시장과 영남고 동기다. 그는 지난해 대구미술관이 개최한 ‘지역작가 조명전-노중기전’에 애초 전시 계획이 없던 홍 시장의 초상화를 걸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