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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도 귀마개”…대구 쪽방 주민 63% ‘못 견딜 추위’ 경험

등록 2023-12-27 17:27수정 2023-12-28 02:32

대구시 중구 쪽방촌 ㅁ여관에 사는 김아무개씨가 바람을 막지 못하는 건물 창문을 가리키고 있다. 김규현 기자
대구시 중구 쪽방촌 ㅁ여관에 사는 김아무개씨가 바람을 막지 못하는 건물 창문을 가리키고 있다. 김규현 기자

“지난주 한파 때는 방에서도 털모자랑 귀마개를 하고 있었어요.”

지난 26일 오전 대구시 중구 쪽방촌 ㅁ여관에서 만난 김아무개(44)씨는 ‘한파’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이곳에서 3년째 사는 김씨는 자신의 방문 앞에 놓인 벽을 가리키며 “여기로 바람 숭숭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씨가 가리킨 곳을 보니 나무판자로 덕지덕지 붙여 놓은 문 위로 벌어진 창문 틈이 보였다. 목제 건물인 이곳은 1950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웃풍이 하도 세니까 얼굴이 시려서 골이 띵하더라고요. 그냥은 잠을 잘 수 없었어요.” 그가 멋쩍은 듯이 말했다.

6㎡(약 1.8평) 남짓한 김씨의 방에 들어서자 차가운 기운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해졌다. 건물 전체에 연탄보일러를 쓰지만 주로 공용 욕실과 화장실 난방에 사용한다고 한다. 그마저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연탄 쿠폰과 대구쪽방상담소에서 겨울철에 지원하는 연탄만으로 난방을 해야 하는 터라 아껴 쓸 수밖에 없다. 그는 “방을 따뜻할 정도로 하려면 종일 연탄을 때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연탄이 모자란다. 보일러 설비도 오래돼 방까지 열기가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 쪽방촌 ㅁ여관에 사는 김아무개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난방용품은 전기장판이다. 김규현 기자
대구시 중구 쪽방촌 ㅁ여관에 사는 김아무개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난방용품은 전기장판이다. 김규현 기자

김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난방용품은 전기장판이었다. 그는 전기장판 위에 두꺼운 이불 세겹을 겹쳐 깔았다. 그는 “방에서는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 속에만 들어가 있는다. 문풍지를 발라도 벽 자체가 얇은 합판이라 바람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쪽방에 사는 이들에게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대구쪽방상담소, 행복나눔의집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대구지역 쪽방 36곳(62개실)과 거주민 62명을 대상으로 ‘쪽방 건물 주거환경 진단 조사 및 설문조사’를 한 결과, 39명(62.9%)은 견딜 수 없는 추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동절기 실내 난방에 불만족하다고 답한 이들은 46명(74.1%)에 이르렀다. 33명(53.2%)은 겨울 난방으로 전기장판만 사용하고 있었다.

조사가 진행된 쪽방 36곳의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은 1950년대 지은 목조 건물이거나 1970년대 조적조 건물이었다. 벽의 두께가 150∼200㎜ 정도이고, 단열 시공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구조였다. 조사에 참여한 조기현 에너지진단사(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는 “모든 건축물에 단열이 전무했고 집수리 과정에서 일부 창호 교체, 벽체 도배 정도만 한 곳은 있었다. 1980년대 전후 신축된 모텔 건물 일부는 단열 시공을 했으나, 실제로 단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사는 ㅁ여관은 1950년대 지어진 목조 건물로 단열 시공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김규현 기자
김씨가 사는 ㅁ여관은 1950년대 지어진 목조 건물로 단열 시공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김규현 기자

설문조사를 맡은 유경진 행복나눔의집 간사는 “대구 쪽방의 노후도와 에너지 빈곤 실태를 파악한 결과 전반적으로 냉난방·단열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며 “쪽방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냉난방 에너지 시설 설치와 유지 서비스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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