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가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축소 조정안을 제출하면서 대체서식 후보지라고 밝힌 대저1동의 신안치등섬 모습. 김영동 기자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대저1동의 신안치등섬에는 당근과 유채(동초)가 심어진 비닐하우스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60~70㎝ 높이로 자란 대파밭이 펼쳐졌다. 이곳은 부산 강서구가 문화재청에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축소 조정안을 제출하면서 내세운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 가운데 한곳이다.
50여년 동안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왔다는 김아무개(77)씨는 “요 바로 앞(서낙동강)에는 철새가 와도, 여기는 안 온다. 농사짓는다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철새 서식 후보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하천 점용 등) 관련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곳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는 식량 부족할 때 농사짓는다고 관에서 대우받곤 했는데, 이제는 별소리를 다 듣는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부산시와 함께 문화재청에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조정안을 냈다. 조정안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87.2㎢ 가운데 서낙동강과 평강천, 맥도강 등 19.4㎢를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고 주변 지역에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를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변 상황이 변했기에 이런 변화에 맞춰 보호구역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는 게 강서구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전문위원 등의 현지 조사와 지방자치단체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지난 3월 철새 대체서식지 마련 방안 등이 미흡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강서구는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 등 내용을 보완해 지난달 조정안을 다시 냈다. 강서구 쪽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1966년과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상당 지역이 개발돼 도시화가 진행됐고, 철새도래지로서 가치가 줄어들었다.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산시 강서구 대저1동의 신안치등섬 모습. 김영동 기자
하지만 강서구가 신안치등섬, 수안치등, 가락동 농경지, 대저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등을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로 꼽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후보지 중에 사람 왕래가 잦거나 밭농사 구역 등 철새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제대로 된 환경 분석 용역도 없이 철새 서식이 불가능한 곳을 대체지로 선정했다”고 비판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지금까지 여러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철새 서식처를 파편화하며 만든 대체서식지는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보호구역 자체를 축소하면서 또다시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13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선 강서구의 조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대체서식지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며 (강서구 쪽에) 보완하도록 조처했다”고 말했다.
이에 강서구는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 등을 보완해서 다시 문화재청에 조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강서구 문화관광팀 관계자는 “조정안 철회는 하지 않았다. (예산이 없어) 용역을 진행하진 못하고, 내부적으로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