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돼지축산단지 건설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경남 고성군 마암면 발전위원회 대책회의에 참석한 부곡마을 주민들이 마암면복지회관 2층 회의장 밖에 펼침막을 내걸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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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이 지역에 산재한 돼지축사를 한곳에 모으려 하자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축산단지가 들어설 지역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찾아간 고성군 마암면 일대에는 ‘고성군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주요 도로와 마을 곳곳에 걸려 있었다. 고성군이 지난해 5월 시작한 이 사업은 마암면 배대산 자락 7만6천㎡ 터에 돼지축산단지를 건설해서 영오면과 마암면, 회화면에 있는 돼지축사 3곳을 통합 이전하는 것이다. 현재 3곳에서 기르는 돼지는 모두 7천여마리인데, 새 단지가 만들어지면 지금의 2배인 1만5천여마리를 기를 수 있다는 게 고성군 설명이다. 고성군은 돼지축사 3곳이 있는 자리에 국비와 도비 등 266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기숙사·임대주택·문화체육시설 등 주거·여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돼지축사가 있는 마을 주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수십년을 시달려온 악취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돼지축사가 있는 곤기마을의 이경둘 이장은 “우리 마을 주민들은 40년 넘게 돼지똥 냄새를 맡으며 살아왔다. 주민 전체가 고성군의 결정을 반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단지가 조성될 마암면 주민들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고 벼른다. 앞서 마암면 발전위원회는 지난 14일 면복지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이 사업을 ‘결사 저지’하기로 결의했다. 발전위원회에는 노인회·이장협의회·체육회·청년회 등 30여개 민간단체가 소속돼 있다.
경남 고성군이 건설을 추진하는 돼지축산단지 예정지인 고성군 마암면 배대산 언덕. 최상원 기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축산단지 예정지에서 500m가량 떨어진 부곡마을이다. 12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 주민들은 ‘냄새 걱정 없는 친환경 축산단지’로 조성한다는 고성군의 약속에 코웃음을 친다. 주민 최득계씨는 “냄새 나지 않는 돼지축사가 세상 어디에 있나. 만약 그런 돼지축사가 있다면 대규모 축산단지를 새로 건설할 것이 아니라, 기존 돼지축사를 친환경 시설로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결정 과정에서 고성군은 우리와 어떤 의논이나 설명도 없었다. 빗발치는 민원 때문에 기존 돼지축사를 유지할 수 없다면, 시설 개선이나 폐업을 유도하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고성군 마암면 발전위원회는 지난 14일 마암면복지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고성군이 추진하는 돼지축산단지 건설사업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최상원 기자
고성군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군이 너무 섣부르게 단지 통합이전을 결정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민세규 고성군 농촌개발담당은 “개천면·구만면 등 여러 곳을 후보지로 검토했는데, 마암면의 예정지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서 악취 영향이 적고, 주민 수도 적으며, 고속도로 나들목이 가까워 수송도 원활해서 최적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성군과 인접한 지역의 축산 담당 공무원은 “돼지축사의 악취는 공해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큰 마을 민원을 해결하려고 작은 마을에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행정적 횡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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