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서면 대형 상점 ‘쥬디스’ 앞에서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과 회원 3명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제공
‘에어부산 직원 월급동결 5년 부산청년인재 떠난다’.
지난 14일 오전 부산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대형 상점 ‘쥬디스’ 앞에서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과 회원 3명이 비옷을 입은 채 대형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시민단체가 민간기업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달라는 내용의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상임의장은 “에어부산은 부산시와 향토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부산 거점항공인데, 직원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2007년 김해공항(부산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로 출발했다. 설립 당시 부산시와 부산 기업 14개사가 지분 49%를 소유했다. 현재 부산시 2.91%, 부산 기업 7개사 13.23% 등 16.15%다. 최대 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41.9%다. 위기는 2019년 시작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임금이 동결됐다. 에어부산 쪽은 “5년 연속 임금이 동결되면서 업계 평균임금의 80%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임금 격차가 커지자 직원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350여명이 퇴사하면서 많을 때 1500여명이던 직원이 1200여명으로 줄었다. 투자도 부실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항공 수요가 늘면서 경쟁 업체들은 신형 항공기를 잇따라 구매하지만 에어부산은 보유 항공기가 2019년 26대에서 현재 21대로 감소했다.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는 12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공식 요구했다. 2029년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하면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가 필요한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서 에어부산·진에어·에어서울을 하나로 묶은 통합 저비용항공사 본사를 인천공항에 두겠다고 하니 에어부산을 따로 매각하라는 것이다. 이영활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통합 저비용항공사 본사가 부산에 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부산 거점공항 항공사를 지키기 위해 부산 기업들이 아예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는 에어부산 인수가격을 2천억원대로 예상한다. 일부에선 부산 기업들의 자금 동원력과 경영 능력에 의문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지역 기업들이 이미 공동인수에 나서기로 했고 부산 기업들이 에어부산 출범 뒤부터 지금까지 경영에 관여하고 있으므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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