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등이 해양심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영동 기자
2017년 남대서양에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원인이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관리소홀 때문이라는 해양심판 결과가 나왔다.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부산해심원)은 5일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 해양심판에서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해야 할 충실한 보수·유지 의무를 등한시하는 등 선박 관리소홀이 중요한 원인으로 사건이 발생했다”고 재결(선고)했다.
부산해심원은 “선사는 유조선을 철광석·운반선으로 개조하면서 배 바닥에 승인되지 않은 장치를 설치했고, 선체 검사나 보강 조처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화물을 실어 격벽 등 선체 구조에 변형이 발생해 수리해야 하는 상태에서도 항행을 강행했다. 이후 선박을 수리하면서도 주위 구조를 살피지 않고 변형부위만 고쳤다. 선사가 해야 할 충실한 보수 유지 의무를 등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해하다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좌현 평형수 탱크 바닥외판이 찢겨졌고, 그 충격으로 연쇄적으로 다른 평형수 탱크 바닥외판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국 5분 이내 해수가 선박 안으로 급격하게 유입돼 침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해심원은 폴라리스쉬핑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의 설계 승인 상황에 맞는 선박 운항을 하고, 선박 유지보수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등은 재결이 있은 뒤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부산해심원의 재결을 반겼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는 부산해심원 재결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과학적·기술적 방법을 동원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더 명확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실종된 선원을 반드시 가족 품으로 돌려달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항해하다 같은 달 31일 남대서양 우루과이 근처 바다에서 침몰했다. 당시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은 실종됐다. 부산해심원 조사부는 2017년 4월 이 사건을 접수해 2020년 2월 심판부에 재결을 청구했다.
해양안전심판은 선박사고 원인을 조사해 선사 등 과실이 드러나면 시정권고 등 처분을 내리는 준사법적 절차다. 행정심판에 해당하는데 1심은 부산·인천·목포·동해지방해양안전심판원, 2심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3심은 대전고등법원, 4심은 대법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유족·부상자·피해선사 등은 민사재판을 따로 제기할 수 있다.
한편,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한 형사재판은 현재 2건이 진행 중이다. 먼저 부산지검은 2019년 2월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대표 등을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부산지법은 2020년 2월 김 대표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부산고법은 2021년 5월 김 대표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현재 3심(대법원)이 진행 중이다. 이어 부산지검은 지난해 3월 김 대표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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