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참여연대 등으로 꾸려진 공동대책위는 지난 28일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미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철거 계획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제공
경북 구미시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철거 계획을 심의하자 1년 가까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구미시는 지난 20일부터 나흘 동안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공장 철거 계획 건축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앞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지난해 10월4일 공장 생산동에 불이 나 모두 타 버리자, 한 달 뒤인 11월4일 공장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위로금을 제시하며 직원 210명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이를 거부한 12명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 2월부터 공장 안 노조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이어 지난 3월 회사를 상대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했다.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엘지(LG)에 엘시디(LCD) 편광필름을 납품하는 일본 닛토덴코(Nitto Denko)그룹의 자회사로, 2003년 구미4국가산단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했다. 당시 구미시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에 근거해 50년 토지 무상 임대 등의 혜택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제공했다.
구미참여연대 등으로 꾸려진 공동대책위는 지난 28일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미시는 숱한 외투 기업을 유치하며 토지 무상 임대와 법인세, 취득세 등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줬다. 시민의 혈세를 들여 유치한 외투 기업이 일방적으로 폐업하고 도망가는 걸 용인할 수 있는가. 구미시는 공장 철거를 승인할 것이 아니라 닛토덴코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도록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가 구미시청 앞에서 “들어올때 온갖특혜, 도망갈때 일방폐업”이라고 적은 펼침막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제공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에 나선 것은 회사 쪽의 폐업 이유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2019∼2020년 두차례 구조조정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물량이 늘어 1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해 10월 화재 이후 회사 쪽은 공장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미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쌍둥이 회사’인 경기도 평택시 한국니토옵티칼 공장으로 모두 옮겼다. 평택 공장은 구미 물량을 받아 20여명을 신규채용했다. 구미·평택공장 모두 닛토덴코그룹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지난해 10월 불이 난 당일까지도 신규채용을 했기 때문에 폐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회사의 청산 결정을) 부당한 폐업으로 보고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해왔다”라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구미시가 철거 계획을 심의하는 것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우리 시에서도 올해 초 일본 본사와 평택 공장에 고용승계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화재 건물 해체 심의는 행정 절차이기 때문에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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