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니어클럽 스마트팜에서 어르신들이 수직정원에 들어갈 식물을 가꾸고 있다. 경남도 제공
“농사짓는 것에 견주면 이건 새 발의 피지. 배운 대로만 하면 되니까,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김영숙(70)씨는 지난 9월부터 경남 밀양시니어클럽 스마트팜에서 식물재배원으로 일한다. 식물재배원들은 2개 조로 나눠서 격주로 근무하는데,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루 3시간씩 일한다. 이들이 키운 식물은 수직정원으로 만들어져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된다. 김씨는 “힘도 안 들고, 용돈도 벌고, 친구도 새로 사귀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부터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노인 건강과 일자리를 한꺼번에 챙기는 경상남도의 ‘노인일자리 수직정원 보급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복권기금 12억원을 투입해 스마트팜을 조성해 식물을 재배한 뒤 수직정원을 만들어 사회복지시설에 보급하는 것이다. 경남도는 “올해 이 사업으로 식물 재배원 60명, 수직정원 설치원 10명, 수직정원 관리원 240명 등 노인 310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고 밝혔다.
스마트팜은 밀양·사천·통영·의령·창녕·하동 등 6곳에 설치됐다. 해당 시·군이 땅을 확보하면, 경남도가 폭 7m, 길이 25m 크기의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운영비와 장비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하동 스마트팜은 올해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고, 나머지 5곳은 이미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백량금·산호수·스킨답서스·피토니아 등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뛰어나면서 잘 자라는 식물을 주로 재배한다. 각 스마트팜은 직접 재배한 식물로 수직정원을 만든 뒤, 해당 시·군의 사회복지시설에 무료로 설치해준다. 올해 연말까지 시·군별로 10곳씩 모두 60곳에 설치할 계획인데, 지난 27일 밀양장애인복지관에 가장 먼저 수직정원이 설치됐다.
식물 재배, 수직정원 설치, 수직정원 관리 등은 모두 해당 시·군의 65살 이상 어르신이 한다. 노인들은 월 30시간 근무하고 27만원을 받는다. 전체 운영은 노인일자리지원기관인 시니어클럽이 맡는다. 이들은 모두 일을 시작하기 전에 경남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는다.
최은경 경남도 노인복지과 담당자는 “노인 건강과 일자리를 한꺼번에 챙길 수 있는 사업으로 판단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기는 어렵게 됐다. 내년에는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면서, 올해 시작한 사업의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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