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9일 태풍 카눈 때문에 범람 위기에 몰렸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천 주변 도로 모습. 창원소방본부 제공
지난 8월9일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했을 때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하루 동안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는 329.8㎜의 비가 쏟아졌다. 24만5천여명이 사는 성산구 도심을 가로질러 마산만으로 빠져나가는 지방하천인 창원천과 남천은 바닷물이 차오르는 만조까지 겹치면서 범람 직전까지 갔다.
이 때문에 창원천과 남천 주변 지하차도 3곳, 둔치주차장 2곳, 하천산책로 8곳, 하상도로 1곳이 통제되고, 차량 30대가 대피했다. 만약 범람을 막지 못했다면 주택가는 물론 창원국가산업단지까지 물바다가 될뻔했다. 창원천과 남천 일대는 이전에도 2003년 매미, 2016년 차바, 2019년 미탁, 2020년 마이삭 등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침수 피해를 겪었다.
이에 따라 경남도와 창원시는 28일 “도시 침수 규모를 예측해서 피해를 예방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 침수 스마트 대응 시스템’ 실증사업을 창원천과 남천 일대 6.2㎢에서 추진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와 동일한 3차원 모델을 컴퓨터 상에 만들어서, 가상 모델이 현실과 쌍둥이처럼 작동하게 구현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직접 현장에 가거나 실험하지 않고도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상현실에 적용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항공·자동차·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첨단기술이다.
창원시는 이 기술을 이용해 창원천과 남천 일대 상습침수지역의 침수 예측과 실시간 감시 등 침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우선 지하를 포함한 모든 건축물, 지하차도, 하수도 등 창원천과 남천 일대 지형과 똑같은 3차원 모델을 컴퓨터 상에 만들 예정이다.
또 홍수 상황 계측과 분석을 위해 창원천과 남천 일대에 노면수위계 18개, 하천수위계 19개, 관로수위계 26개, 강우량계 4개 등 사물인터넷 센서와 폐회로텔레비전도 설치한다. 시스템 운영·관리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맡고, 경상남도와 창원시 재난안전상황실은 예측·분석 결과를 실시간 공유한다. 이 사업에는 내년 말까지 국비 57억원, 시비 15억원 등 72억원이 들어간다.
2025년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 침수 스마트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면 실제 일어날 침수상황을 최소 3시간 전에 정확하게 예측해 대비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이 차는 지하차도에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차단벽도 자동으로 가동할 수 있다. 경상남도는 창원천과 남천 일대에서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개선해 해안지역 등 태풍·집중호우 상습 피해 지역으로 적용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창원시는 차수벽 설치, 조기경보시스템 완비, 하천 준설, 빗물 저장시설 설치 등 대책도 추진한다.
심우진 경상남도 안전정책담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지질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디지털 트윈 기술이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빠르게 향상하고 있어서 재난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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