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과일인 망고를 재배하는 김재민 ‘김농부 농장’ 대표가 7일 망고 나무를 살펴보며 재배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우리나라도 아열대과일 소비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집니다. 시설투자비 때문에 진입장벽이 아직 높은 편인데, 평균기온이 올라 난방비는 많이 줄었어요. 아열대농업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김농부 농장’에서 만난 김재민(34) 대표가 말했다. 망고 재배가 주업인 그는 “최근에는 망고를 팔아 버는 돈보다 망고 묘목을 팔아 버는 수입이 더 많다. 귀농자들이 키우려는 작물이 전통작물에서 아열대작물로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일찌감치 아열대농업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그는 2018년 고추 재배용 비닐하우스를 사 망고 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4천여그루로 재배 규모를 키웠다. 익으면 붉게 변해서 ‘애플망고’로 불리는 어윈이 주력 품종이다. 가격은 1㎏에 6만~10만원으로, 수입산 망고의 3배 수준이다. ‘프리미엄 과일’ 대접을 받아 생산량 대부분을 백화점에 납품하거나,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김 대표는 “가장 맛있게 익었을 때 수확해 늦어도 일주일 안에 소비자 손에 들어가게 한다. 익기 전에 따서 살균소독을 한 뒤 배로 싣고 오느라 유통기간만 한달 넘게 걸리는 수입산과 맛·식감 등이 비교되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고 했다. 재배 기술도 국내 환경에 맞게 업그레이드해 말 그대로 ‘케이(K)-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구온난화로 농업 환경이 빠르게 변함에 따라 농업정책도 아열대농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연구원이 7일 펴낸 연구보고서 ‘경남 아열대농업 육성을 위한 기초연구’를 보면, 국내 과일 생산량은 2007년 275만2006t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0.6%씩 줄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열대과일 생산량은 2020년 4905t, 2021년 7822t으로 빠르게 느는 추세다.
이런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실제 2050년이 되면 남해·통영·거제·사천·창원 등 경남 남해안권의 겨울 최저기온은 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상학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경남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과일 가운데 2070년까지 생산을 이어갈 품목은 단감과 감귤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연구원 보고서의 전망이다.
과일 소비 경향도 변하고 있다. 경남연구원이 지난 6월 20살 이상 경남도민 552명을 대상으로 과일 소비 실태를 조사해보니, 응답자의 96.4%(532명)가 최근 1년 이내에 아열대과일을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과일 종류는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백향과(패션프루트), 용과, 파파야, 구아바 등 다양했다. ‘왜 아열대과일을 먹느냐’는 물음엔 “맛있다”(31.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응답자의 75.5%는 경남에서 아열대과일을 생산한다면, 수입산이 아닌 경남산을 먹겠다고 답했다.
보고서를 낸 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은 “생산 기반과 농가 역량 강화, 유통구조 개선과 소비시장 활성화, 체험·관광을 통한 인식 개선, 바이오산업 연계, 생산 관련 연구개발 지원 등 아열대농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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