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서원은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 있던 교육기관이다. 지역의 사림들이 임진왜란 당시 순국한 선열의 위패를 모시고 후학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부산에 있던 유일한 서원이다. 서원의 시초는 임진왜란 당시 전사한 동래부사 송상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16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조정은 제사를 지낸 사당에 1624년 충렬사란 현판을 내렸고, 1652년 강당과 동재·서재를 지어 ‘충렬사 안락서원’으로 명명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았던 안락서원은 1972년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됐지만, 1976년 박정희 정부의 지시로 서원이 모두 철거된 뒤 본전·의열각·기념관·소줄당 등 현재의 모습으로 재정비됐다.
철거되기 한해 전인 1975년 안락서원 모습. 부산시 제공
이후 지역사회에선 역사·문화·건축·공간적 가치를 지닌 안락서원이 충분한 고증과 논의 없이 철거됐다며 안락서원의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힘을 얻었다. 2014년 주민이 모여 만든 ‘안락서원 복원추진위원회’는 부산지역의 유일한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광자원 활용이 가능하다며 서원 복원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박동현 안락서원 복원추진위원장은 “(박정희 유신 정권 때) 안락서원을 허물어 권위주의적이고 위압적인 지금의 충렬사 건물로 지었다”며 “당시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로 서원이 모두 훼손되고 철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2008년 충렬사 정비 및 운영 기본계획, 2016년 안락서원 이전 복원 용역, 2018년 충렬사 종합 정비 용역, 지난해 안락서원 원형 복원을 위한 기록화 사업 등을 진행했다. 부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현재 충렬사가 들어선 지 벌써 40년이 넘어섰는데, (안락서원) 복원을 위해 현재의 충렬사 모습을 파괴해야 하느냐고 되묻는 의견도 만만찮다”며 “(안락서원) 복원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시는 차후에 충렬사 재정비 계획을 마련할 때 안락서원 복원에 관한 장기적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