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잘못 먹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36분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50대 남성 ㄱ씨는 “약을 잘못 먹었다”는 말만 하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고 전화를 받던 김선우 소방위가 ㄱ씨의 위치를 묻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졌다. 그가 두 차례 더 신고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장난 전화로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고 직감했다. 그는 신고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파악해 기지국 근처에 구조대와 구급대를 보냈고 50대 남성의 휴대전화 전화번호 위치 추적을 했다.
위치 추적 결과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아파트 근처였다. 그는 119종합상황실에서 미리 파악해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연락해 ㄱ씨 전화번호를 근거로 거주지를 확인했다. 119구조대원들은 ㄱ씨 집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방 앞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ㄱ씨를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ㄱ씨는 약물 복용 뒤 알레르기성 쇼크 반응 상태였고, 현재는 의식을 회복하고 치료 중이다.
김 소방위는 “휴대 전화 위치 추적만으로 환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는데, 평소 긴급 상황 발생 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초동대처 안내를 하던 상황근무 지침이 떠올라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빠르게 협조해준 관리사무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주택 등에서 거주자의 기본 정보를 잘 관리하면 화재, 구조·구급 등 긴급 상황 발생 때 소방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