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를 들고 가게 입장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
“에이, 머꼬 이기?”
지난 22일 저녁 부산 최대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를 지나던 김아무개(43)씨가 오른쪽 발을 바닥에서 떼며 투덜거렸다. 김씨가 발을 디뎠던 곳에는 중국 전통 디저트인 탕후루에 사용한 나무 꼬치와 작은 종이컵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탕후루의 설탕 시럽으로 끈적끈적해진 길바닥을 무심코 지나가던 김씨가 밟은 것이다. 탕후루는 전국 각지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엔 탕후루 가게 4곳이 생겼다. 그렇잖아도 유동인구가 많아 쓰레기 무단투기가 극심한 곳이었는데, 탕후루 쓰레기까지 더해졌다. 근처 옷가게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길거리가 나무 꼬치 때문에 더 지저분해졌다. 벌레도 많이 꼬인다. 손님 신발에 묻은 설탕 시럽 때문에 가게 바닥도 끈적해지고 더러워져 청소하기 힘들다”고 했다.
길거리 배전함 위에도 탕후루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고, 가로등 옆 75ℓ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에도 탕후루 꼬치들이 꽂혀 있었다. 노점상 박아무개(62)씨가 보다 못해 정리에 나섰다. “쪼매만 지나도 금세 엉망이 된다 아이가. 엄청난 민폐다 민폐. 여가 내 일하는 곳이니 내가 치워야제 우짜겠노.”
지난 22일 저녁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거리에서 상인 박아무개씨가 탕후루 쓰레기 등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거리 모습. 모아놓은 쓰레기봉투에 탕후루 나무 꼬치가 꽂혀 있다. 김영동 기자
금정구 부산대 근처 골목 곳곳에서도 탕후루 나무 꼬치들과 작은 종이컵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인근 탕후루 가게 안에는 ‘쓰레기는 가게 안 쓰레기통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원 이아무개(22)씨는 “많을 때는 하루에 500개 이상 팔리기도 한다. 손님에게 가게 안에서 드시고 가게 안에 있는 전용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말하긴 하지만, 대부분 밖으로 들고 나간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최근 남구 등에 ‘탕후루 가게 주변 청소 관리·감독 강화, 쓰레기 무단투기 적극 단속’ 공문을 보냈다. 쓰레기 분리배출 등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부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번화가와 대학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탕후루 가게가 우후죽순같이 생겨나 쓰레기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공 쓰레기통 재설치에 대해서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공공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라고 했다.
김추종 자원순환시민센터 대표는 “이동식 폐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하고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벌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