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는 10월14일을 ‘경남도민의 날’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기념행사를 연다. 사진은 경남도청 전경. 경남도 제공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 때문에 폐지됐던 ‘경남도민의 날’이 30년 만에 부활했다.
경상남도는 22일 “경남도의회가 21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경상남도 도민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10월14일을 ‘경남도민의 날’로 지정하고 이날 오후 5시 경남도청 광장에서 ‘경남도민의 날’ 기념식과 축하공연을 연다”고 밝혔다.
앞서 1982년 10월14일 경남 마산(현재 창원시)에서 제63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다. 1957년 경남 부산에서 제38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1963년 부산이 경남에서 분리됐기 때문에, 경남에서 전국체육대회가 열린 것은 1982년 마산 대회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경남도는 이를 기념해서 다음해인 1983년 9월22일 조례 제정을 통해 10월14일을 ‘경남도민의 날’로 정하고, 1983년 10월14일 제1회 ‘경남도민의 날’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기념행사를 불과 닷새 앞둔 1983년 10월9일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이 터졌다. 이것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이 미얀마를 방문해서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의 묘소에 참배할 예정이었는데, 북한이 전두환을 죽이려고 아웅산 묘소에 폭탄을 터뜨린 사건이다. 하지만 전두환이 아웅산 묘소에 도착하기 직전 폭탄이 터지면서, 서석준 부총리 등 묘소에서 전두환을 기다리던 각료와 수행원 등 17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명이 다쳤다. 희생자 17명의 장례식은 ‘경남도민의 날’ 기념행사 전날인 10월13일 합동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경남도는 제1회 ‘경남도민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해에도 추모 분위기 때문에 기념행사를 할 수 없었다. 이후에도 희생자 추모행사와 겹치면서 ‘경남도민의 날’을 기념할 수 없었다. 결국 이름만 남은 ‘경남도민의 날’은 1993년 11월25일 조례정비 과정에서 폐지됐다.
지난해 12월 경남도는 경남도민 1004명을 대상으로 ‘경남도민의 날’ 필요성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고, 응답자의 59.2%가 찬성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옛 ‘경남도민의 날’을 되살려서 이어간다는 뜻으로 10월14일을 새로운 ‘경남도민의 날’로 정하고, 올해 부활하기로 했다.
문병춘 경남도 총무계장은 “경남을 빛낸 도민 100명 등 경남도민 2천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경남도청 광장에서 기념식을 열고, ‘경남도민의 날’ 부활을 선포할 계획이다. 또 10월11일~17일을 경남도민 주간으로 지정해 제승당 등 경남도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의 입장료·이용료를 면제·할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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