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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료폐기물의 30%가 경북으로 간다…왜?

등록 2023-09-20 05:00수정 2023-09-20 14:14

정석원 아림환경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경북 고령군 다산면 의료폐기물 소각장의 연기를 가리키고 있다. 김규현 기자
정석원 아림환경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경북 고령군 다산면 의료폐기물 소각장의 연기를 가리키고 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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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에선 흰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건물로 다가가니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문으로 이어진 이면도로엔 의료폐기물 표시를 단 트럭 여러 대가 어지럽게 주차돼 있었다.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업체가 소송을 해서 4년 넘게 24시간 소각장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석원 아림환경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연기가 나는 건물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에 있는 이곳은 의료폐기물 소각장이다. 2019년 의료폐기물 불법 보관 사실이 드러나 대구환경청으로부터 영업정지 10개월 행정명령을 받았다. 정 위원장은 “당시 국정감사까지 불려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불법을 저지른 업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영업하고 주민들만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보면,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21만7915t이다. 이 가운데 서울이 6만4801t으로 전체 발생량의 29.7%를 차지한다. 이어 경기가 4만8175t(22.1%)이다. 서울과 경기를 합치면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의 절반을 넘는다.

이렇게 발생한 의료폐기물은 97%가 전국 14개 소각장에서 처리된다. 소각장은 경기 3곳, 경북 3곳, 충남 2곳 등이다. 의료폐기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서울에는 소각장이 아예 없다. 눈여겨볼 지점은 의료폐기물 소각량의 28.8%가 경북에서 처리된다는 사실이다. 경북에서 소각되는 분량이 5만6450t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경북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7.3배 수준이다.

지난 18일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경북지역 산업·의료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김규현 기자
지난 18일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경북지역 산업·의료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김규현 기자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불만이 크다. 지난 18일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연 ‘경북지역 산업·의료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된다. 이 자리에는 안동시 풍산읍, 문경시 신기동, 고령군 다산면 주민 등이 모였다.

경북 지역에 의료폐기물 처리량이 특별히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간담회에 참석한 이강희 경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주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는 업체가 운송사도 함께 운영한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폐기물이 많을수록 이윤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농촌은 땅값이 싸고 인구밀도가 낮아 입지가 편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핵심은 지역 정치권이 주민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주민 요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책임 원칙이 지켜지지만 다른 폐기물은 공공 영역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국가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농본은 오는 11월 공공기관이 산업폐기물 처리를 맡는 등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열 예정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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