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단체연합이 창원특례시 프레스센터에서 김 의장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김이근 경남 창원시의회 의장이 양성평등 공식 행사에서 “며느리 대접해야 되니 참 불행한 시대”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지역 여성단체가 “성차별적인 인식”이라고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남여성단체연합(여성단체연합)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장이 지난 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8회 창원시 양성평등주간 및 여권통문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한 발언에 대해 “낮은 성인지 감수성의 언행은 고스란히 정책, 제도에 반영될 것이라 판단돼 염려스럽다”며 “성차별, 성불평등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시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연합이 행사 참석자들의 제보를 종합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김 의장은 5분간 진행된 축사에서 ‘
여성 상위시대라고 생각한다’ ‘
아들 내외가 친정집 근처에 사는데 시부모인 나는 불편하다’, ‘우리 집사람은 시어머니 모시고 밥을 다 해드렸는데 근데 우리 집사람은 며느리한테 대접해야 되니 참 불행한 시대다’, ‘부모를 참 잘 모셔야 되고, 또 며느리를 잘 모셔야 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얼마나 불행합니까? 제가 참 안타깝습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단체는 “김 의장이 (축사)마지막에 농담이었다는 발언으로 무마하는 행동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여성단체연합은 “의회는 창원시민이 성별의 어떠한 차이로도 차별받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는 선봉에 서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성차별적며 성불평등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그간의 언행을 돌아보면, 이런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지 않고 더욱 매진하기 위해서는 수장들의 성평등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입장문을 내어 “
경남여성단체연합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근거 없는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양성평등 주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가 경직되지 않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그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다는 취지를 명확히 짚기 바란다”며 “우리 사회는 과거 가부장적 문화에서 벗어났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손주 양육을 언급한 내용은 엄연히 실재하는 우리의 현실이다”고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축사에서 궁극적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환경 조성과 그것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본말을 전도해 마지막에 농담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폄훼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양성평등주간은 법적으로 양성평등을 촉진하고 되새기자는 의미로 지정된 기간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에 따라,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인권선언문을 발표한 날인 9월1일을 시작으로 7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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