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50대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29일 두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ㄱ(50대·회사원)씨를 긴급체포했다. ㄱ씨는 지난 28일 새벽 경남 김해시 생림면 야산에 주차한 자신의 1t 트럭 안에서 딸(17·고1)과 아들(16·중3)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캠핑용 가스로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경남 산청군에 사는 ㄱ씨와 두 자녀는 지난 23일 가족여행을 떠났다. 두 자녀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현장체험학습을 간다고 학교에 신청했다. ㄱ씨는 10여년 전 이혼하고 혼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 이들은 경남 남해군, 부산 등을 거쳐서 28일 새벽 ㄱ씨의 선친 산소가 있는 경남 김해시 생림면 야산에 도착했다.
두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28일 학생이 등교하지 않고 전화 연락도 되지 않자, 이날 오전 11시10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날 낮 12시20분께 ㄱ씨 가족이 타고 있던 1t 트럭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두 자녀는 트럭 안에서 숨진 상태였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ㄱ씨는 왼쪽 손목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ㄱ씨는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이다.
양영진 김해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은 “ㄱ씨가 수면제를 미리 준비한 점으로 미뤄, 여행을 떠나기 전 두 자녀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두 자녀를 잠재운 뒤 ㄱ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수면제를 탄 커피를 마셨으나 잠에서 깨자, 흉기로 자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ㄱ씨가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실체를 밝히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고 있으며, 두 자녀의 주검을 부검할 예정이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두 자녀가 다니던 학교 학생들의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9일 두 학교에 애도 교육과 심리치료를 실시하도록 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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