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농촌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거주비자 신설, 노동법 적용, 농업서비스 제공기관 설립 등 외국인 정착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남연구원은 25일 ‘외국인 정착제도 활용을 통한 농어촌소멸위기 대응’이란 논문에서 “농촌소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농촌 필요인력을 농촌 내부에서 조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주노동자 등 외부인력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연구원이 농촌노동력 부족 해소의 첫 번째 방안으로 제시한 게 ‘거주비자 신설’이다. 거주비자는 인구감소지역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지자체가 제시한 업종에 취업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발급되며 가족초청이 가능하다. 거주비자를 받으려면 한국어 능력, 범죄 경력, 소득·학력 수준 등 기본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 외국인을 농촌에 정착시키려면 장기체류가 가능해야 하므로 거주비자 신설이 필수적이다. 거주비자를 받으면 가족 초청과 배우자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생활인구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경남도는 본다.
두 번째 방안은 내외국인 구분 없이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노동법의 보호 아래 두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농촌에 정착시키려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농가 연평균 소득이 44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농가가 이들에게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내놓은 세 번째 방안이 농업서비스 제공기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농업서비스 제공기관이 농업에 종사할 노동자를 유급으로 고용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해주고, 농업서비스를 받는 농가는 서비스를 받은 만큼의 비용을 이 기관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농가는 이주노동자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계절근로 또는 고용허가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가 일정 기간 성실하게 일한 것으로 인정받으면 농업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거주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문호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에 장기간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불법체류자 증가 문제와 농촌 인력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농촌 소멸 문제 해소와 인구감소 지역의 생활인구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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