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에스알티(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이 오는 9월부터 서울 수서역발 에스알티 차량을 투입할 예정인 경전·전라·동해선에 인기 노선인 부산-수서 노선 차량 일부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안이 확정되면 부산-수서 노선 좌석 축소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지방에서 서울 강남으로 가거나, 강남에서 지방으로 가려는 주민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23일 국토교통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9월부터 경전선(수서-오송-대전-동대구-창원-진주), 전라선(수서-오송-익산-순천-여수), 동해선(수서-오송-대전-동대구-포항)에 에스알티 한대씩을 투입해 하루 두 차례 왕복 운행한다.
9월부터 진주·포항·여수에서 에스알티를 타면 강남까지, 강남에서 에스알티를 타면 진주·포항·여수까지 바로 갈 수 있다. 현재 진주·포항·여수 방면 주민들이 강남 방면으로 가려면 케이티엑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버스·지하철·택시를 타거나, 대전·동대구역 등에서 에스알티로 갈아타야 한다. 수서역에서 진주·포항·여수 방면으로 가려면 에스알티를 타고 오송·동대구역 등에서 케이티엑스로 갈아타야 한다.
문제는 경전·전라·동해선에 투입되는 차량 3대 확보다. 에스알은 현재 병목 지점인 오송-평택 지하 구간이 추가로 개통하는 2028년에 투입될 차량 등을 포함해 14대를 새로 발주했지만, 2027년께 실전 투입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3~4년 동안은 에스알티 차량 일부를 경전·전라·동해선에 투입해야 한다.
9월부터 수서행 에스알티(SRT)가 운행 예정인 전라선·경전선·동해선. 지금은 서울역행 케이티엑스(KTX)만 운행하고 있다.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제공
현재 운영 중인 에스알티 차량 가운데 차출이 거론되는 노선은 인기 노선인 부산-수서다. 이 노선은 평균 이용률이 120%이고 부산역 승하차 인원이 하루 2만명 이상이어서 주말 예매가 힘들다.
부산-수서 노선 차량 일부가 빠진다면 이 노선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전국철도노동조합 부산지방본부는 “경전·전라·동해선에 부산-수서 노선 2대와 정비 차량 1대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수서 노선 2대가 빠지면 현재 좌석 수의 11.4%에 해당하는 4300여석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변종철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은 “경전·전라·동해선 주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수서 노선을 신설하면서 다른 노선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부산-수서 노선에 케이티엑스 차량을 투입하거나, 2021년 8월 증편되어 복합 운행 중인 경전·전라·동해선의 케이티엑스-산천을 천안아산역에서 분리해서 한쪽은 서울역으로, 다른 한쪽은 수서역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알 쪽은 부산-수서 노선 에스알티 차량 차출은 검토 단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에스알 관계자는 “정비 시간을 단축해 여유가 있는 차량을 경전·전라·동해선에 투입하거나, 지금 운영 차량의 일부 투입 등을 검토하고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열차 운행 회전을 높여서 (현재 운행 중인 노선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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