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소방당국이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아이고, 인자 우리 우야 사노.”
폭격 맞은 것 같았다. 눈길 닿는 곳마다 폐허였다. 16일 오후 5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마을 안으로 이어진 도로는 흙으로 덮여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그 사이를 오가며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이 생존해 있을지 모를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주민 이강섭(64)씨가 말했다. “내 평생 이리 비가 들이붓는 거 첨 본다. 무섭다, 무서워.” 마을 안으로 들어가보려고 했으나 안전요원에게 제지당했다. 장비와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들어가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했다. 마을 안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가드레일이 돌더미에 휩쓸린 듯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경북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백석리에서 실종된 여성 ㄱ(60대)씨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장소는 ㄱ씨의 집에서 20m가량 떨어진 지점이었다고 한다. ㄱ씨는 지난 15일 새벽 5시16분께 많은 비가 와 쓸려 내려온 토사에 주택이 매몰되면서 남편과 함께 실종됐다. 첫날 진입이 어려워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색을 했던 구조당국은 이날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인 결과 ㄱ씨를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서 물에 휩쓸려 구조됐던 주민 1명도 입원 중 숨졌다. 이로써 경상북도 인명 피해는 사망 19명, 실종자 8명이 됐다.
실종자는 모두 예천군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은풍면 금곡리·은산리, 감천면 진평리·벌방리 등 5개 지역에 소방인력 686명, 군경 1056여명 등 인력 1742명을 투입했다. 또 정밀수색을 위해 인명구조견 10마리와 드론 5대도 동원했다. 경상북도는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문경·영주·예천·봉화 등 4개 시·군에 실·국장 9명을 지역책임관으로 지정해 현장에 파견했다. 경상북도는 앞서 15일 밤 9시 산사태 위험 및 상습 침수 지역, 하천 하구, 산간 오지 등 호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발령했다.
예천 등 경북 피해 지역에는 전국에서 모인 소방대원과 경찰관, 군 병력, 지방자치단체 직원, 의용소방대원들이 투입됐지만, 진입 도로가 무너지거나 토사로 덮여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당국에 따르면 무너져 내린 돌과 흙이 하천까지 덮치면서 일반 도로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장비 투입이 어려운 곳에서는 수색대원들이 탐침봉과 삽을 들고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경북 북부 지역에는 영주 306.2㎜, 문경 304.8㎜, 봉화 288.5㎜, 예천 242.9㎜, 상주 215.4㎜, 안동 150.5㎜의 비가 내렸다. 현재 주민 998가구(1541명)가 대피 중이다. 1만1005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도로와 제방 등 공공시설 173건이 파손됐고, 주택 36곳이 완전히 부서졌다. 농지 1636.8㏊도 피해를 보았다.
김규현 김영동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