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에 경북 포항시 냉천이 범람하면서, 냉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김규현 기자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발생한 경북 포항 침수 참사와 관련해 포항시 공무원 등 1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북경찰청은 22일 이런 혐의로 포항시 공무원 3명,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 직원 2명, 아파트 관리업체 직원 8명 등 13명을 대구지검 포항지청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포항시·농어촌공사·아파트 관리업체 등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재난 대비와 연락 등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포항시 재난담당 책임자·저수지관리 책임자 등 공무원 3명은 냉천 범람 시기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범람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주민대피 및 출입 통제 등 조처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또 진전저수지 비상대처계획에 따라 유관기관에 통보하거나 하류 주민에 경고 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 오어저수지 관리책임자 2명은 오어저수지 비상대처계획을 현행화하지 않았고, 표준 비상대처계획과 저수지 관리 규정에 따라 유관 기관에 통보하거나 하류 주민에 경고 방송을 하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 8명은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 상황에서 지하 공간 출입을 통제하지 않고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라고 방송해 위험을 증대시켰다.
경찰은 애초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포항시 부시장, 행정안전국장도 입건했으나 사고 전 수차례 상황판단회의를 여는 등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물을 수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과실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지하 공간 침수 시 진입 금지 권고’ 내용을 ‘침수대비 지하 공간 국민행동요령’에 추가하도록 행정안전부에 권고하는 등 제도개선사항 9건을 발굴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후변화 등 예상을 넘는 극한적 자연현상에 대비해 경찰의 현장 대응과 수사를 강화하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포항시 남구 냉천이 넘쳐 인근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빼러 간 8명, 인근 주택가에서 자신의 집을 나오던 1명 등 9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사건 관계자 120명을 조사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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