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장애인 전용 시티투어버스 ‘나래버스’에 오른 탑승객들이 부산역을 출발하자 환호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자~ 탑승할까요?”
20일 오전 9시40분께 인솔자의 말에 휠체어 장애인들이 노란색 대형 버스 앞으로 모였다. 운전기사가 버튼을 누르자 리프트가 지면 높이로 내려왔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레버를 조작해 리프트 위로 이동했다. 운전기사가 다시 버튼을 누르자 1m가량 상승한 리프트가 휠체어를 천천히 버스 안으로 옮겨놓았다.
이 버스는 장애인의 시내 관광을 위해 부산시가 이달부터 도입한 전용 시티버스 ‘나래버스’다. 오전 10시, 나래버스가 휠체어·뇌병변·청각장애인 등 중·경증 장애인 13명과 활동보조인 8명 등 21명을 태우고 부산역을 출발했다. 이들은 나래버스가 도입 뒤 처음으로 맞은 승객들이다.
장애인을 위한 시티투어버스는 많은 자치단체에 있지만 노인·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과 일반인이 함께 사용하는데다, 이용도 유료다. 앞서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도입한 무장애 시티투어버스에는 휠체어 장애인석이 2개에 불과하다.
‘나래버스’에 휠체어 장애인이 리프트(동력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아래위로 나르는 장치)를 이용해 오르고 있다. 김광수 기자
나래버스에는 장애인과 이들의 이동을 돕는 사람만 탑승할 수 있는데, 휠체어 장애인석이 6석이다. 다만 버스에 타려면 조건이 있다. 전체 탑승 정원 31명 가운데 16명 이상이 장애인이어야 하고 단체로 신청해야 한다. 매달 1일부터 10일까지 단체 신청을 받고 15일 심사를 거쳐 탑승 여부를 결정한다. 특정일에 두 팀 이상이 신청하면 휠체어 장애인 등 중증 장애인이 더 많은 팀에 가산점을 준다.
나래버스는 매주 화·수요일 오전 10시 부산역을 출발해 부산대교~부산항대교~국제연합(UN)기념공원~광안리해수욕장~해운대해수욕장~광안대교~영도대교~용두산공원을 돌아 부산역에 오후 5시께 도착한다. 목~토요일엔 부산 이외 지역을 운행한다. 다른 도시를 둘러보기를 원하는 장애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반영해 2박3일까지 무료로 태워준다고 한다. 현지 숙박비와 식비 등은 장애인들이 부담한다.
나래버스에 오른 휠체어를 활동보조인이 버스에 고정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나래버스가 운행하기까지는 적잖은 곡절이 있었다. 2018년 10월 국제라이온스 부산지구에서 47인승 버스를 휠체어 장애인이 타는 장애인 특장차량으로 개조해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 기증했다. ‘나래버스’ 이름을 달고 2019년 3월부터 장애인 승객을 태우고 다른 지역으로 장거리 운행을 했으나 여섯달 만에 중단됐다. 버스를 운영하면서 유류비 등에 충당하려고 약간의 요금을 받았는데, 이것이 불법 영업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운행을 중단한 나래버스는 3년10개월 만에 부활했다. 부산시가 올해 여섯달치 운전기사 인건비와 유류비 5천만원을 지원해 무상 운행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날 나래버스를 탄 휠체어 장애인 손유섬(54)씨는 “6년 만에 처음으로 해운대해수욕장을 돌아보고 같은 처지의 동료와 함께 나들이하니 너무 좋았다”고 했다. 군 제대 뒤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고 있는 김호상(58) 부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는 “일반 시티투어버스에도 휠체어 장애인 1~2명이 탈 수가 있지만 눈치가 보여서 망설이게 되는데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만 타게 되니 마음이 정말 편했다”고 말했다. 윤부원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권익지원팀장은 “부산시 장애인을 우선으로 하고 반응이 좋으면 전국 장애인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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