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의 아버지가 아들이 쓰러져서 다친 예비군훈련장 의무실을 살펴보고 있다. 최상원 기자
예비군훈련을 받던 20대 청년이 시간을 다투는 위험한 질환인 ‘급성 심근경색증’을 일으켰으나, 병원 후송이 늦어져 위독한 상태에 놓였다. 청년의 가족은 “군부대의 허술하고 무성의한 대응 때문에 응급치료를 받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군부대 쪽은 “당시 심질환을 의심하거나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11일 청년 가족과 군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허아무개(26)씨는 지난달 15일 경남 김해시 생림면 김해시예비군훈련장에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갔다. 허씨는 이날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예비군 350여명과 함께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허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9시 훈련을 시작하고 2시간쯤 뒤인 11시께 급성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시각 안전통제관인 예비군 동대장과 중대장에게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예비군 동대장은 허씨에게 잠시 쉬라고만 했다. 의무실 입구에서 쉬던 허씨는 낮 12시30분께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중대장은 쓰러진 허씨를 부축해서 의무실 안으로 데려갔다. 의식이 혼미했던 허씨는 다시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이마가 5㎝가량 찢어졌다. 그제야 중대장은 무전으로 응급구조사를 불렀고 응급구조사는 허씨를 군의무차량에 태워 인근 김해ㅈ병원으로 후송했다. 오후 1시7분 병원에 도착한 허씨는 급성 심근경색증 판정을 받아,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허씨는 다음날 새벽 창원ㄱ대학병원으로 옮겨졌는데, 11일 현재 의식불명 상태이다.
허씨가 훈련을 받은 군부대에는 의료진이 상급 부대에서 파견한 응급구조사 1명뿐이었다. 당시 응급구조사는 사격장에 있었고, 의무실에는 의료진이 없었다.
허씨를 민간병원에 후송한 응급구조사는 “이마를 다친 훈련병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의무실에 갔고, 왜 다쳤는지는 듣지 못했다. 허씨를 의무차량에 태울 때까지도 이마에 상처가 난 것만 알았다. 그런데 허씨가 의무차량에 탄 상태에서 ‘1시간쯤 전부터 가슴이 답답했고, 왼쪽 팔이 저리다’고 했다. 그래서 성형외과가 아닌,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시설인 김해ㅈ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말했다.
김해ㅈ병원 의료진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장 근육의 절반 이상이 이미 죽은 상태였다. 병원 도착이 너무 늦은 점이 아쉽다”고 허씨 가족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8일 예비군훈련장을 방문한 허씨 가족에게 지휘통제실장은 “넘어져서 이마를 다친 환자가 발생해서 민간 병원에 후송했다고 사단에 보고했다. 심근경색 등 심질환을 의심하거나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씨 부모는 “한꺼번에 300~400명이 훈련하는 군부대에 의료진은 응급구조사 단 1명뿐이고, 심지어 의무실을 비워두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안전통제관 등 간부들의 응급의료 지식은 평범함 이하의 수준이었다. 만약 내 아들이 쓰러지면서 이마를 다치지 않았다면, 병원에 후송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 1분 1초가 촉박한 상황에서, 1시간 5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허비했다. 많은 젊은이의 안전을 생각할 때 예비군훈련장의 허술한 응급의료 체계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부대는 허씨 아버지에게 “‘예비군 휴업보상과 치료 등에 관한 훈령’에 따라 심의 후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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